'대포통장과 전쟁' 말로만.. 두자릿수 늘어난 은행도
2015.07.20 17:32
수정 : 2015.07.20 21:45기사원문
올 들어 은행들이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오히려 대포통장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은행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대포통장 근절대책 수립·시행을 주문해온 금융당국의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좀 더 실효성 있는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銀, 한달 새 대포통장 36%↑
20일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에 게시·공고된 피해구제신청을 분석한 결과 KB국민·신한·IBK기업·우리은행 등 4개 은행에서 지난달 발생한 대포통장은 총 3609건으로 전월(3383건)에 비해 6.6% 증가했다. 보이스피싱 지킴이는 금융사기 예방 및 대응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이 공동운영 중이다.
지난달 주요은행 중 가장 많은 대포통장이 적발된 은행은 국민은행. 한달간 대포통장으로 신고돼 거래정지된 건수가 657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 5월의 482건에 비해 36.3%나 증가한 수치다.
이어 신한은행에서 지난달 적발된 대포통장은 493건으로 전월(643건)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기업은행은 410건, 우리은행은 378건을 기록하며 한달 전과 비교해 각각 18.1%와 7.6% 늘었다.
■근절대책 시행에도 급증
문제는 이들 은행 모두 올 들어 자체적으로 대포통장 근절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데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달 대포통장이 30% 이상 급증한 국민은행은 앞서 5월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대책 수립과 효율적 운영을 위한 대포통장 근절 협의체를 구성했다.
신한은행도 연초부터 신규발급 절차 강화,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 기능 개선 등 대포통장 근절 특별강화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역시 신규계좌 개설 시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를 요구하고 대포통장 개설 방지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장기 미사용 계좌에 대한 거래중지제도와 자동화기기에서의 인출지연 시간 연장 등을 시행했다.
이같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포통장 근절 대책이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사기범으로부터 예금자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의무로, 대포통장 근절에 대한 은행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방치하는 것은 해당 은행 경영자의 직무태만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포통장의 온상'으로 여겨졌던 NH농협은행은 대포통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등 대책을 통해 전체 대포통장 중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17.8%에서 하반기 2.5%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 상반기 신규계좌수 대비 사기 이용 계좌 비율을 조사해 0.2%가 넘는 은행에 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부 은행은 최고경영자(CEO) 처벌을 포함한 '강력 제재'를 피해가기 힘들 전망이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