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마라토너 이영정씨 "마라톤 시작한 50대 이후 신체나이는 멈췄죠"

      2015.07.21 16:56   수정 : 2015.07.21 16:56기사원문
의사 권유로 억지로 시작 뛰면서 건강·젊음 되찾아
이젠 사회를 위한 일 하고파 통일·평창올림픽 성공 염원.. 8000㎞ 울트라런 준비 1m당 1원 기부도 함께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가족의 달 마라톤을 기점으로 마라톤 풀코스(42.195㎞) 완주 200회를 달성했고 한번에 100㎞ 이상을 뛰는 울트라런 종목에서는 5300㎞를 기록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전 세계를 통틀어 공식 기록상에서도 이만큼을 뛴 사람은 없다. 웬만큼 젊고 건장한 청년도 마라톤 풀코스 한번을 완주하려면 상당기간의 연습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기록을 가진 사람은 50대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은 고희를 넘겼다. 마라톤 전도사이자 독보적인 세계기록을 보유한 이영정씨(73·사진)다.
팽팽한 구릿빛 피부, 떡 벌어진 어깨, 환한 함박웃음까지. 청년의 모습이라면 과장일 테고, 누가 보아도 건강한 50대였다.

지난 16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진시황이 마라톤을 알았더라면 불로초에 목을 매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하 웃었다. 마라톤이 건강을 유지해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회춘을 실현시킨다는 얘기였다.

"마라톤 풀코스를 한 번 뛰고나면 폭발적으로 체력이 강화돼요. 마라토너들끼리 하는 얘긴데, '러너스 하이'에 이르면 극한의 희열을 느껴요. 마약을 주입했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 마라톤을 할 때 분비된다는 건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그가 마라톤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는 뛰고나면 죽을 것 같지만 "여성이 출산 후에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했다가 둘째를 낳는 것과 같은 격"이라고 했다.

그도 처음부터 건강했던 것은 아니다. 담배를 끊고 나서 몸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 병원에서 의사가 "이러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의사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냥 뛴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자기 스스로를 모르고 덤비면 오히려 몸을 상할 수 있는 게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자기 몸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요. 몸이 쉬고 싶어하면 쉬어야죠. 대화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는 게 제가 오래 달리는 노하우예요. 누군가 나를 추월했다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계속 뛰다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체육생리학에서 말하는 '세컨드 윈도'(Second Window)다. 그는 "어느 한계점을 넘으면 무아의 세계가 열린다"고 했다. 지난 2009년 5300㎞를 뛸 때 그걸 경험했다. 매일 100㎞씩 53일을 달렸다. 무조건 뛰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고 식사도 하고 잠도 잔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응원하는 가족과 동료, 선후배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뭔가를 해낸다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이씨는 현재 8000㎞ 울트라런을 계획 중이다. 8000이라는 숫자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남북한, 재외동포까지 합쳐서 한국인 숫자가 8000만명이라고 해요. 동서화합,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생애 마지막으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냥 뛰는 게 아니고 온국민이 참여하는 기부운동도 함께할 예정이다.
1m당 1원씩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모인 성금은 전액 사회에 기부할 생각이다. 시기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2017년 즈음으로 보고 있다.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고의 보약이 마라톤이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언제 죽을지는 모르죠. 그 시점이 도래할 때 웃으면서 떠나려면 건강해야죠. 마라톤으로 모두가 건강한 삶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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