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받았던 당구 '한국의 월가' 여의도에서 재도약
2015.07.22 22:36
수정 : 2015.07.22 22:39기사원문
"당구가 과거 자장면과 담배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2일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1회 서울시-fn 금융.증권인 당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생활당구가 확산되길 바란다며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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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회는 은행.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사 등 금융권에 종사하는 총 22개팀, 44명이 출사표를 던져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이 중 12개 팀이 먼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6개 자리를 놓고 1차 예선을 펼쳤고, 나머지 10개 팀은 부전승으로 16강에 선착했다. 이날 하루 동안 1차 예선 6경기 및 16강전 8경기를 포함해 모두 14경기가 진행돼 23일 치러지는 8강전에 진출할 8개 팀이 가려졌다.
공정한 경기를 위해 대진은 경기 시작 전 추첨을 통해 결정했으며, 경기는 스카치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식 경기가 아닌 '클럽당구(일반당구)'에서 복식 경기를 펼칠 경우 한 팀의 특정 선수가 득점하면 연이어 플레이를 진행하지만 스카치 방식은 득점을 하면 같은 팀 선수에게 공격권이 주어진다.
나근주 대한당구연맹 사무과장은 "내가 득점을 하더라도 같은 팀원이 다음 득점에 유리하도록 공을 배치해야 하는 스카치 방식으로 경기를 하면 협동의 묘미를 잘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장은 여의도 금융맨들의 화합의 자리였던 만큼 경기 결과보다는 즐기는 분위기가 더욱 컸다. 하지만 모든 참가자가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이름을 걸고 참가한 만큼 평소보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1차 예선 경기에서 탈락한 한 선수는 "생각보다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1차 예선인 22강에서 만난 NH투자증권과 전국은행연합회의 경기와 교보증권과 KB국민은행의 경기는 각각 15대 6, 15대 5의 큰 점수 차이로 NH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이 승리를 거뒀다. 동시에 열린 세 경기 가운데 가장 늦게 끝난 미래에셋증권과 동부증권의 맞대결은 1시간 이상 격전을 벌인 끝에 미래에셋증권이 승리했다.
대한당구연맹 이상철 공인심판은 "선수들이 긴장한 탓에 전체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며 "특히 이번처럼 새 당구대인 경우 천에 기름기가 덜 빠져 미끄럽기 때문에 공이 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22강 3게임이, 오후에는 22강 3게임과 16강 8게임이 진행됐다. 오후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첫 경기인데도 오전에 경기를 치른 선수들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경기 결과 8강에 진출한 팀은 이베스트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 HMC투자증권,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손해보험 등 8개 팀으로 증권사가 강한 면모를 보였다. 23일 8강전부터는 당구 전문 스포츠채널인 빌리어즈TV를 통해 모든 경기가 전국에 녹화 중계된다.
경기장을 찾은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생활체육으로서 당구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는 "자넷리, 차유람 등 포켓볼 스타가 등장한 이후 당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최근엔 일반 당구장에도 선수용 테이블을 들여놓고 금연을 실시하는 등 에티켓을 강조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회에선 여성 참가자가 없었지만 다음 대회부터는 직장인 혼성팀 대회도 함께 열어 여성들도 생활체육으로 당구를 즐기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이환주 기자 김규태 수습기자
■스카치 방식 게임은 2명의 선수가 번갈아가며 플레이하는 복식 경기다. 이번 대회는 국제식 1점제 룰로 진행하며, 22강부터 16강까지는 15점, 8강부터 결승전까지는 20점을 먼저 기록한 팀이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