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시대, 국내선 의료관련 IT규정 없어 발동동
2015.08.04 18:02
수정 : 2015.08.05 17:58기사원문
구글·애플 등 ICT기업 데이터 수집, 정보 관리 각종 질병 연구에 활용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열렸다. 인간의 생체.유전자 정보는 물론 심박수와 혈당지수 등의 건강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 이용자 및 의료계에 제공하는 플랫폼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
이에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구글, 애플, IBM을 비롯해 국내외 스타트업(신생벤처)들이 관련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최근 의료기기와 모바일 의료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분하는 기준안을 만들었지만, 이렇게 수집된 건강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즉 심박수와 맥박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이 지난달 10일부터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됐지만, 의료계가 반발하는 원격진료 이슈와 맞물리면서 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막연한 것이다.
또 장기적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사업적 특성 때문에 해당 분야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질병 연구 도구로 활용
4일 관련업계 및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ICT 공룡인 구글과 애플은 각각 '구글핏'과 '헬스킷'을 통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에너지 소비량과 심박수, 혈당 등의 건강정보를 수집, 통합 관리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전문가용 질병연구 플랫폼 '리서치킷'을 통해 의사, 과학자, 연구자들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연구 참가자들로부터 데이터를 모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즉, 아이폰의 특정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활동량과 운동장애, 기억력 등 건강 정보를 파악한 뒤, 이들의 동의를 거쳐 학계가 각종 질병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IBM은 더 나아가 각종 의료 데이터와 의료 기록 등을 통합해 개인 맞춤형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인지컴퓨팅 '왓슨'을 활용해 개인별 유전 정보와 의학문헌에서 수집한 정보를 단 몇 분만에 분석, 전 세계 암 연구소에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뉴로게이저(NEUROGAZER)'는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촬영, 이를 분석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미국 예일대 신경생물학.심리학과 이대열 교수가 동생 이흥열 대표와 함께 지난해 5월 설립했다. 뉴로게이저는 뇌 나이를 비롯해 어휘.읽기 능력, 기억, 집중력 등 20여 개 항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흥열 대표는 "그동안 약 1500여 개의 뇌 MRI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 알고리즘 개발에 힘써왔다"며 "올해 말 베타테스트를 시작으로 사업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모색돼야
그러나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모바일 의료용 앱 규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의료용 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규정조차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위법 논란을 빚는 SK텔레콤의 '전자처방전 서비스'가 대표사례다. 2012년 2월, 의사의 처방전을 전자문서로 약사에게 바로 전달해 환자가 굳이 처방전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전자처방전 사업을 도입한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환자의 의료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했다며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아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전자처방전이 약국으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SK텔레콤 서버에 관련 내용이 저장되는 것이 현행법 위반으로 지목된 것이다.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못해 일어난 촌극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제시하며 업계의 성장을 돕고 있다"며 "우리도 의료기기 데이터시스템 등을 보다 구체화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