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업국감' 총공세 예고에 경제활성화 발목잡기 우려
2015.08.10 17:04
수정 : 2015.08.10 17:04기사원문
특히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기업길들이기' 국감으로 변질될 경우 가뜩이나 소비·투자·생산 부진 등 3대 거시 지표의 '삼중고'를 겪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고 정부와 정치권의 경기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으로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9월로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일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및 총수 일가, 증인·참고인 채택 요청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롯데 사태를 계기로 순환출자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고,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부당거래 및 편법적인 상속, 자사주 처분·매입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이 여실히 드러나자 여야는 국감을 통해 롯데를 비롯한 주요기업들의 지배구조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각종 위법, 탈·불법 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여야는 그동안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순환출자 방식에 의한 총수 및 그 일가의 '편법적' 그룹 지배 문제와 관련, 이번 국감에서도 일부 기업 총수와 고위 경영진들을 대거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감때 롯데 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 증인 채택 여부'를 묻자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새누리당도 반대할 생각이나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른바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을 비롯해 자원비리 의혹,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재벌 대기업이 연관된 사건들에 대해서도 국회차원에서 명확한 진상규명과 개선대책 마련 등을 위해 기업 관계자들이 국감 증언대에 서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무분별한 기업국감이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경제가 소비 위축·수출 부진 등으로 불황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민간소비는 0.3% 감소했다.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도 우울하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이 앞으로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위축되고 2020년에는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책국감보다 '마구잡이식' 증인신청이나 '호통국감'으로 치달을 경우 경기불황 극복을 위해 앞장서야 할 기업인들의 투자의욕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정책감사의 본질을 벗어나 기업 길들이기식 감사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며 "기업 대표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대거 채택될 경우 경영에 전념할 수 없어 기업경쟁력 하락과 반기업정서의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기 과시용으로 기업국감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무래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일자리 확충이나 노동개혁 등 정부 정책 추진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정부 산하 기관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자료를 받아서 부정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라며 "하지만 과도한 기업국감 공세의 경우 단순히 이슈 �기에 급급한 경우도 있는 만큼 호통국감, 재벌때리기 국감 등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