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넌 방콕 가니? 난 영국 간다!"

      2015.08.10 18:22   수정 : 2015.08.10 18:22기사원문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한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가 올 여름 휴가 동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달 트렌드 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여름 휴가 때 '여행을 가지 않아도 좋다'는 의견이 51.7%로 '꼭 여행을 가야한다'(43.1%)는 의견보다 우세했다.

'머무르다'라는 의미의 stay(스테이)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베케이션)의 합성어로,
집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뜻의 '스테이케이션'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 안에만 박혀있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방법, 공연장에 있다.

연령과 취미를 고려해 엄선한 세 곳에서 즐기는 편리한 바캉스를 제안한다.



음악감상이나 공연관람에 취미가 있다면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가 딱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으로 향하는 길 왼편에 위치한 이곳은 건물 안에 들어가기 전부터 바캉스의 시작이다. 난간에 기대면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울이 한 눈에 담긴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공중 무대는 버스킹 공간인데 공연은 비정기적이다. 운 좋으면 야외벤치에 앉아 공짜 공연을 구경할 수도 있다.

문을 열면 '음악의 천국'이다. 총 1만71장의 LP와 3200여권의 음악 관련 도서가 비치돼 있다. DJ에게 듣고싶은 음악을 신청해 들을 수도 있고 비치된 턴테이블을 직접 작동해보는 재미도 있다. 커플 데이트 장소로 입소문을 탔지만 이곳이라면 혼자라도 기죽을 필요 없다. 고독한 마니아들도 많이 찾는다.


지하 2층에 있는 공연장에서는 11일부터 30일까지 뮤지컬 '머더 발라드'가 공연된다. 현대카드로 예매하면 20%가 할인된다. 매주 화~토요일 낮 12시부터 밤 9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심 속 전통이 살아 숨쉬는 정동극장에서의 하루는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 만족시킨다. 숨은 힐링 공간이다. 덕수궁 돌담을 따라 내려오는 길부터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우리 역사와 문화의 깊은 정취가 묻어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1908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 '원각사'가 전신이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4시와 8시에 '배비장전'을 볼 수 있다. 정동극장이 괜히 '한국 전통공연 예술의 입문장'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누적관객 100만명을 돌파할 만큼 인기다.

어린이들은 물론 전통공연은 재미없다고 여기는 젊은 세대들의 편견을 깨준다. 서양악기를 가미한 라이브 국악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압권이다. 조선시대의 풍속화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넣은 영상과 휘황찬란한 한복 의상도 볼거리다. 고위계층의 위선과 허세에 대한 풍자는 만국공통 웃음코드다. 관객의 60%가 외국인인데 공연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배비장전 패키지'를 이용하면 정동극장을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섬머패키지는 공연 관람권과 함께 크림생맥주 한잔 또는 팥빙수를 제공한다.

극장 내 위치한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다. 덕수궁 입장권이 포함된 가족패키지, 정동극장 주변 직장인들을 위한 패키지도 있다. 모두 정가에서 30% 이상 할인된 가격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자녀가 있는 가족에겐 오는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클래식, 합창, 국악,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특별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마련됐다.

11일에는 해설이 있는 오페라로 모차르트의 코믹 오페라 '코지 판 투테'를 한가로운 오전 11시에 볼 수 있다. 12~13일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음악을 주제로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을 공연한다.

지난 5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선생님합창단과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이 아프리카와 뉴질랜드 민요, 우리나라 가곡 등을 함께 부른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이 꾸미는 국악극 '꿈꾸는 세종'도 13일에 공연한다. 청소년들의 연주라고 얕봐선 안된다. 제2회 창작국악극대상에서 연주상을 수상했다. 15~19일에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각색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다. 모차르트와 그의 마음 속 친구 모짜렐라가 원작 '마술피리'의 주인공들과 어울려 모험을 떠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의 생애와 업적을 각각 펼쳐놓은 기념관 '세종이야기'와 '충무공이야기'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한글갤러리에서 미술작품을 관람하거나 붓글씨 체험도 할 수 있다.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그린 4D 영상도 상영한다.
모두 무료다.

공연 관람 전후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편리하다.
지하 1층에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가가 자리잡고 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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