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구글發 '전자결제 먹통' 예고
2015.08.12 17:35
수정 : 2015.08.12 22:34기사원문
한국 일부 인터넷뱅킹 등 크롬서 이용 못할 듯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10'에 이어 다음달에는 구글의 NPAPI 중단이 다시 국내 전자상거래용 금융과 보안에 대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윈도10으로 인해 금융권과 인터넷 업계의 혼란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혼란이 예상돼 관련 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구글이 다음달 초부터 크롬 브라우저에서 비표준 플러그인 기술(NPAPI) 지원을 중단키로 하면서다. 당장 오픈뱅킹의 개인방화벽이 중단돼 보안이 작동하지 않으면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NPAPI는 크롬에서 전자상거래와 인터넷뱅킹 등을 이용할 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크롬에서 NPAPI가 사라지면 이를 기반으로 구축된 웹사이트는 '먹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인터넷 환경 개선 전문가들은 액티브X와 NPAPI 같은 비표준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웹표준(HTML5) 형태로 웹사이트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하고 있다.
■NPAPI, 전자상거래 비율 79.67%
1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터넷 이용량의 78.2%를 차지하는 민간 주요 200대 웹사이트 중 78개 웹사이트가 총 241개의 NPAPI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별로는 전자상거래 관련 보안.인증.결제 부문이 79.67%에 달하며, 분야별로는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과 금융 분야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사용률이 87.5%에 이른다. 이에 비해 크롬 사용자 비율은 10% 미만이지만, 이들의 크롬 충성도가 높다는 게 금융권 정보기술(IT) 종사자들의 최대 고민이다.
KISA 관계자는 "시중은행 인터넷뱅킹 웹사이트 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애플 아이폰 매니아처럼 크롬 사용자들도 IE 등 다른 브라우저 사용을 극도로 꺼린다"며 "일일 평균 3만~4만명의 크롬 사용자가 인터넷뱅킹에 접속한다고 봤을 때 이들의 니즈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오픈뱅킹이다. 오픈뱅킹은 윈도뿐만 아니라 애플의 맥 운영체제(OS)와 파이어폭스, 크롬, 사파리 등 다양한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뱅킹 서비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NPAPI가 차단되면 오픈뱅킹 서비스도 중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뱅킹 시 사용되는 개인방화벽이나 가상 키패드 등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구동하기 위해서는 NPAPI가 반드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늑장대응…전자상거래 직격탄
이에 관련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의 늑장대응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구글은 이미 지난 2013년 9월 "2014년 9월부터 크롬 브라우저에서 NPAPI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의 요청으로 그 기한을 유예한 시점이 바로 2015년 9월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직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시중은행들도 올 연말에나 NPAPI 중단에 따른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보안프로그램 업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이번에도 지원 중단 유예를 요구했지만, 구글 본사 입장에서는 한국 상황만을 고려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최악의 경우 IE를 사용하면 된다는 안일한 태도로 접근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웹 표준 구축만이 해법
이에 정부와 민간 인터넷 기업들은 '최신 웹브라우저 설치' 촉구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 웹 표준인 HTML5로 제작된 웹 사이트를 활용하도록 캠페인까지 펼치고 있는 것. HTML5는 액티브X와 NPAPI 등 비표준 프로그램을 활용한 별도의 플러그인 프로그램 없이 브라우저만으로 각종 동영상과 게임, 그래픽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즉, 인터넷 사이트를 글로벌 표준인 HTML5로 제작하면 사용자는 PC는 물론 각종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서도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또 해킹 공격에 취약한 플래시 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모바일뱅킹을 이용할 때 보안 걱정을 줄일 수 있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사이트 구축 및 관리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어 인력 운용 및 비용 절감 부문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KISA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아직도 구형 버전의 웹 브라우저를 쓰고 있다"며 "사용자들이 먼저 신형 브라우저 업그레이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