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의원 발의 공중화장실법 개정안
2015.08.16 17:41
수정 : 2015.08.16 17:41기사원문
남성 이용자도 서로 민망 청소중 안내판 의무 설치
이용자의 출입 자제 유도 일부선 과잉입법 지적도
#1. 30대 직장인 이모씨(남)는 공중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마다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볼일을 보고 있는데도 바로 옆에서 여성 청소원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시로 청소를 하기 때문. 민망한 마음에 눈치를 살피기 일쑤였고, 용변 도중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며 당황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2. 반대로 50대 여성 청소원 김모씨는 남자화장실을 청소할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용변을 보기 위해 드나드는 남성 이용객들로 인해 청소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 "그동안 관행(?)처럼 해와 별 신경 쓰지 말라"는 주위 조언에 마지못해 청소에 열중하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청소 중'을 구두로 알리거나 간이표지판을 세워도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렇듯 화장실을 이용하는 남자 이용객들과 청결·위생 유지를 위해 수시로 청소를 해야 하는 소위 '청소 아줌마'들 모두 '불편한' 공간이 화장실인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근심을 해결하는 '해우소'가, 한쪽에선 청결을 항상 유지해야 하는 화장실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애매한 상황 때문에 서로에게 불편함을 초래한 것.
특히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동안 별 문제시하지 않은 탓에 이용객과 여성 근로자의 인권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당수 남성 이용객들과 여성 근로자 모두 당혹감을 느끼는 일이 적지 않아 일각에선 '인권침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부지불식간에 당연시해온 이 같은 잘못된 관습을 '인권보호' 차원에서 법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어 주목된다.
■인권 사각지대 男화장실 '女청소원'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이원욱 의원은 공중화장실의 청결 유지와 이용객 편의를 추구하는 한편 남성 이용객과 여성 청소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관심을 끌고 있다.개정안은 공중화장실 청소 시 화장실 입구에 '청소 중'임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을 의무설치토록 했다.
표지판을 설치해 화장실 이용자가 청소 상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용자의 출입 자제를 유도하고, 화장실 관리자가 좀 더 편하게 청소할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골자다.
법안은 여성 청소원과 남성 이용객들이 겪을 수 있는 '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됐다. 보다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현재 국회에서 근무 중인 여성 청소원들로부터 애로사항 및 고충을 듣고 허심탄회하게 개선점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를 나눴다는 게 이 의원 측 설명이다.
특히 개정안을 통해 여성 청소원이 겪을 수 있는 정서적 모멸감 등을 사전에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이자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 아줌마'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도 목적이다.
'청소 중'을 알리는 안내표지판 설치의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청소 중 무단으로 들어오는 남성 이용자에 대한 제재수단의 신설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의원실 측은 "아직 제재사항과 관련된 세부조항은 없지만 추후 여러 논의구조를 통해 벌금 등 필요한 세부조항을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과잉입법 vs. 심리적 압박 효과
하지만 일각에선 토론회 등 충분히 사회적 상규 차원에서 계몽해도 될 일을 무조건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성범죄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 법으로 규제하는 건 당연하며 오히려 뒤늦은 대처라는 반박 의견도 있는 등 전문가그룹의 시각도 엇갈린다. 서울의 한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데도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법안 발의만으로도 화장실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심리적 압박감'을 주게 돼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여성 청소원을 대할 때 스스로 조심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이 법의 가장 큰 장점은 화장실 이용자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준다는 것"이라며 "표지판 설치가 의무화된다 해도 남성 이용자가 이를 지키는지 여부를 매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표지판 설치가) 법의 틀 안에 있는 만큼 이용자들에게 부담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