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국회 예결위 결산 심사
2015.08.18 17:41
수정 : 2015.08.18 22:09기사원문
예결위원 출석도 저조 올해도 졸속·부실 심사
해마다 부실 지적을 받았던 국회 결산 심사가 올해도 '수박 겉핥기'식 졸속 심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347조원에 달하는 지난해 정부 지출에 대한 결산 심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지만 여야의 현안 관련 공방이 주를 이루면서 예산 씀씀이를 꼼꼼하게 따져본다는 결산 심의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18일 열린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결산 심의 보다는 북한 지뢰 도발과 광복절 특별 사면,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노동개혁 등 최근 현안 관련 질의가 반복됐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이후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질문하는 등 최근 안보 이슈와 관련된 내용으로 질의시간 대부분을 사용했다.
특히 야당은 이번 결산 심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예결위 전체회의에 앞서 "이번 결산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재정실패와 경제정책 실패도 지적하겠다. 특히 창조경제 등 '박근혜표' 사업의 집행 실태를 집중 점검하겠다"면서 날을 세웠다.
실제 새정치연합 변재일 의원은 질의를 통해 지난 광복절 사면 가운데 행정제재 감면 조치를 받은 건설업체들과 관련해 법치주의 훼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현 정부가 단행한 사면의 적절성 문제를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최원식 의원도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 방안으로 중점 추진하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고 국무위원들을 몰아붙였다.
더불어 저조한 출석률 등 기존에 제기됐던 문제점도 되풀이됐다. 이날 오전부터 오후 내내 이어진 결산 심사 첫 전체회의에 참석한 예결위원은 50명 가운데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오후까지 자리를 계속해서 지킨 위원들은 10여명에 그쳤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해 국회 예결위 결산심의 실태를 조사.분석한 자료에서 나타난 최근 3년간 회의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 수인 10.5명과 큰 차이가 없었다. 현저히 낮은 의원들의 관심도가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지역민원성 질의도 되풀이됐다. 지방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예비타당성 제도가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해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지역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쉽게 통과되지만 지방의 경우 정부가 요구하는 만큼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과가 되지 않는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 해당 의원들의 주장이었다.
이처럼 '주마간산'(走馬看山)식 국회 결산 심사 문제점이 해마다 지적됨에 따라 결산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심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의원은 지난 6월 국회 결산심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결산심사 과정에서 이전의 예산안 부대의견이 집행과정에서 잘 지켜졌는지를 점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