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갈등을 부각하기 보단 화해·용서에 초점"

      2015.08.19 18:22   수정 : 2015.08.19 18:22기사원문
이반 투르게네프 소설 원작
연극 '아버지와 아들' 국립극단 9월 2일 국내 초연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역사적으로 반복된 소재입니다. 이 작품이 특별한 건 그 이후의 화해와 용서를 얘기하기 때문이죠."

지난 18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극 '아버지와 아들'의 이성열 연출은 "화해와 용서가 이 작품이 가지는 힘"이라며 "다른 작품이 성취하지 못한 경지를 이뤘다"고 말했다.

"'롯데 사태'만 봐도 그렇죠. 아버지가 가진 것을 차지하기 위해 아들이 아버지를 내모는 일은 현실에서도 계속되고 있어요. 그런 갈등의 이야기도 많죠. 하지만 정작 화해로 이어지는 작품은 많지 않아요."

'아버지와 아들'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러시아 3대 문호로 불리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국립극단이 오는 9월 2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가을마당 첫 작품으로 국내 초연 개막한다.

원작은 19세기 러시아 사회가 겪고 있던 세대간 갈등과 심리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 소설이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을 통해 희곡으로 각색됐다. 소설 속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이 서정적인 감성으로 재탄생했다. 대학을 졸업한 아르카디가 혁명적인 사상을 가진 친구 바자로프와 함께 아버지 니콜라이와 큰아버지 파벨이 살고있는 고향의 농장에 돌아오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소설이 발표되던 1862년의 러시아는 농노제와 전제정치 폐지에 대한 요구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때였다. 특히 소설 속 배경인 1859년은 농노 해방을 앞두고 세대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프리엘은 당대 러시아의 사회 정치적 현실과 이념 논쟁은 약화시키고 세대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살려 현시대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각색했다. 이 연출은 "프리엘이 이 작품을 스스로 '창작품'이라고 강조했을 만큼 새롭게 쓴 부분이 많다"며 "어느 시대나 보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세대 갈등, 화해, 용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체호프'라고 불리는 프리엘은 안톤 체호프의 극 구성 방식을 희곡 곳곳에 녹였다. 이 연출은 "프리엘이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그리는 식으로 체호프를 오마주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에서 바자로프의 아버지 바실리 역을 맡은 배우 오영수는 "부모 자식간 대화가 단절된 요즘 시대 사람들에게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니콜라이 역의 배우 유연수도 "니콜라이는 1800년대 러시아 사람임에도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변하는 것 같다"며 "현대 한국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파벨 역을 맡은 배우 남명렬은 "세대간 갈등의 책임은 윗세대에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개인적인 이념과 많이 부딪히는 역할"이라면서도 "구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극을 재미있게 살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 세대인 아르카디와 바자로프는 이명행과 윤정섭이 각각 맡았다.
이밖에도 김호정, 박혜진, 이정미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9월 2~25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1644-2003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원희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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