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2회담.. 증시에 호재될까 악재될까

      2015.08.23 17:34   수정 : 2015.08.23 17:34기사원문
대북 변수 충격 오래 안가
美·유럽증시 낙폭 커 불안 반대매매로 신용잔고 급감

북한의 포격도발 이후 남북 간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의 '블랙먼데이' 재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주말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 4.5% 급락하면서 시장충격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대북 리스크는 외국인 시각에서 이미 반영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연장이란 측면에서 시장에 장기적인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이 불안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우려가 높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북한이 경기 연천지역의 확성기를 목표로 포격을 가한 이후 주가는 하루 만에 2.01% 떨어지면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북한의 포격도 외국인 시각에서는 잠재된 국내시장 문제점이 일시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남북 간 고위급 회담 결과가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할 경우 불안한 대외변수까지 더해져 외국인의 '엑소더스(탈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00년 이후 북한의 도발로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됐을 때의 주식시장을 분석해 보면 사건발생 직후에는 코스피지수가 평균 0.99%가량 떨어졌지만 그 이후 5거래일 동안에는 오히려 1.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한반도 리스크는 이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이름으로 증시에 선반영된 재료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파장이 전면전이나 극단적인 대치로 확대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시장충격은 제한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 경제성장 둔화, 글로벌 원자재시장의 부진 장기화 등 다양한 외부 변수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대북 리스크가 가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증시침체 장기화 우려

문제는 국내 증시의 충격이 단순히 '대북 리스크'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원자재 가격 급락 등 다양한 대외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데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0.94포인트(3.12%) 빠진 1만6459.75에 마감했다. 일주일 동안 1017.55포인트(5.82%)나 빠졌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선진국 증시마저 무너지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아시아 등 신흥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대우증권 이은영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미국시장의 대형주마저 악재에 반응하면서 시장 불안심리를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지난 2013년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때보다 더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은 "2013년 테이퍼링 리스크 당시와 지금의 신흥시장 금융지표를 비교해보면 지금이 더 위험해 보인다"면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9월 이후로 지연될 경우에도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은 그때까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시 충격에 신용잔고도 급감

빚 얻어 주식을 샀다가 본전도 못 찾은 개미투자자도 속출하고 있다. 증시 충격에 증권사가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7조36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7일 8조734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7104억원(8.80%) 줄어든 것이다. 이 기간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6.4%, 15.5%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신용투자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반대매매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돈을 빌린 투자자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다가 해당 종목의 주가가 일정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급락하다 보니 반대매매가 평소보다 늘어났다"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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