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정 경상대 명예교수 "사용되지 않는 저이용공간이라도 지역 정체성 등 계획에 반영해야"

      2015.08.24 18:01   수정 : 2015.08.24 18:01기사원문

저이용공간이란 기존 공간의 원래가치가 여러 요인에 의해 상실되거나 감소돼 방치되거나 사용되지 않는 공간을 말한다. 경제적 여건 등 주변환경 변화가 발생 원인이다. 통상 물리적인 노후화, 법제도.정책 등 사회제반 여건 변화, 신도시 개발에 의한 구도심의 공동화, 인구구조의 변화, 공공기관 이전이나 지역산업의 쇠퇴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기존 공간 이용자가 줄어들면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 공간이용자가 감소하면서 지역 상권이 쇠퇴하거나 도심이 슬럼화한다. 우범지역으로도 변할 수 있다. 지역경제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도시미관과 경관을 저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는 지역재생(도시재생)을 통해 쇠퇴한 지역의 재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과 생활문화 재생을 위한 정책 지원 및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다.

지역재생을 위한 정책을 펴려면 △지역특성에 기반을 둔 지역사회 통합적 재생 △소프트웨어와 사람이 결합된 총체적 접근 △지자체와 주민이 중심이 된 상향식 추진 △장기지원(최장 10년) 정책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지역에서 저이용 공간의 활용을 늘리기 위한 정책과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 선유도 정수장을 선유도 공원으로 만든 것이나 옛 청주 연초장을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킨 것들이 대표적인 저이용공간 활용 사업이다.

해외 사례도 적지 않다. 영국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본래 '뱅크사이드'라 불리는 화력발전소였으나 유가파동으로 폐쇄되어 20여년간 방치돼 있었다. 이후 1994년 테이트 갤러리가 이 발전소를 국제공모전을 통해 리모델링했다. 리모델링을 마친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연간 5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역시 비슷한 사례다. 육류와 우유 등의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설치된 하이라인은 육류 산업이 쇠퇴하면서 이용이 중단돼 방치됐고, 녹슨 철도와 잡목이 뒤범벅되면서 거대한 산업폐기물로 전락했다.

1990년대 후반 뉴욕 시당국이 이 흉물을 철거하려 하자 이를 보호하기 위한 '하이라인의 친구들(FHL)'이라는 비영리단체가 탄생해 시정부와의 소송 끝에 승소했고, 공공 재개발을 제안했다.
현재 약 1.6㎞ 길이의 녹색 하늘길이 뉴욕 도심을 연결하고 있으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철도의 역사와 생태 환경을 재조성한 신개념 공원으로 탄생했다. 저이용공간은 지역재생의 자원이므로 지역의 정체성과 효율성이 있는 재생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구상 단계부터 주민 중심의 상향식 정책 추진이 필요하며, 주민친화적 공간조성(공원 등), 지역경쟁력 강화(문화, 관광 등)를 위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특별취재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