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공급과잉 그림자' 짙어진다
2015.08.31 17:44
수정 : 2015.08.31 17:44기사원문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공급과잉과 고분양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급량이 단기간에 급증한 동탄2, 용인, 화성 등 수도권 외곽지역이나 분양가상한제 해제 이후 분양가격이 치솟고 있는 서울 강북권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등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8월 31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줄곧 감소하던 전국 미분양 주택이 지난 6월 20% 넘게 급증했다. 휴가철이던 7월 일시적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동안 호조세를 보이던 신규 분양시장에 이처럼 '미분양 경고등'이 켜진 것은 무엇보다 건설사들이 인기지역이 아닌 외곽지역에서도 밀어내기식 분양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규 분양시장이 달아오르자 건설사들이 최근 들어서는 슬그머니 분양가를 올려 미분양 발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부 지역의 과잉공급과 고분양가로 미분양 물량이 다시 늘고 집값이 하락해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엄습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의 가계부채대책 발표, 미국 금리인상 압력 고조, 중국 증시불안 등 대내외 불안요소도 불거지고 있어 이 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분양가지역 하우스푸어 많아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분양물량이 단기적으로 집중되는 곳이나 인기지역에 편승한 외곽지역의 분양물량과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많이 오른 곳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경기 고양시 일산 덕이·식사지구와 용인시 기흥 공세·동천·신봉·성복지구 내 단지들은 수많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했다. 이들 단지는 공급 당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입주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줄줄이 미입주단지로 전락했다.
게다가 건설사들이 이들 단지를 통매각해 땡처리를 통한 할인분양이 이어지면서 입주자들은 감내하기 힘든 큰 고통을 경험했다.
실제로 일산 D아파트는 3.3㎡당 1500만원대에 공급돼 현재 입주 6년차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미분양물량을 떨어내지 못한 채 3.3㎡당 900만원대에 할인분양을 하고 있다. 전용면적 84㎡ 입주자 기준 1억5000만~1억7000만원 손해를 본 셈이다.
충북 청주에서는 G아파트가 2007년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 끝에 분양받은 상당수 가구가 경매에 부쳐지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 인근 시세보다 3.3㎡당 350만~450만원 높게 책정된 분양가 때문에 입주시기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많은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졌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공급과잉 아직은…무분별 청약은 주의를"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시적으로 공급이 몰리거나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과도하게 분양가를 높인 단지에 무턱대고 청약할 경우 과거 사례처럼 고통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와 달리 당장 미분양물량 적체로 이어지거나 입주 이후 하우스푸어 양산 등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고 입을 모았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의 연간 수요보다 공급량이 넘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며 "정부와 업계가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데다 주택 수요자가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따라 공급량이나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역시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대비가 필요한 정도"라며 "내년 이후 부동산경기가 달라질 경우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지만 지금 당장은 불안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