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등대는 그곳에 서있었네
2015.09.03 17:07
수정 : 2015.09.03 20:28기사원문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인천 팔미도등대
팔미도등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다. 지난 1903년 4월 만들어졌으며 같은 해 6월 1일 첫 불을 켰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팔미도까지 약 45분 걸린다. 선착장에서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 10여 분. 섬 정상에는 등대 두 개가 있는데, 왼편에 보이는 작은 것이 '원조'다. 옛 등대 뒤로 새 등대가 있다. 새 등대에는 팔미도등대 탈환 당시 상황과 인천상륙작전을 재현한 디오라마 영상관, 실미도와 무의도, 영종도 등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됐다. 울창한 소사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연안부두 앞에 자리한 인천종합어시장과 개항장문화지구, 답동성당 등을 엮어 초가을 여행을 하는 것도 팔미도등대를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다.
■100년 역사 간직한 부산 가덕도등대
부산 가덕도 끝자락에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가덕도등대가 있다. 1909년 12월 처음 점등한 가덕도등대는 2002년 새 등대가 세워질 때까지 인근 해역을 오가는 선박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다. 단층 구조에 우아한 외관이 돋보이는 등대 출입구에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등대 건물은 역사적·건축학적 가치가 높아 2003년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50호로 지정됐다. 등대 아래쪽에 100주년 기념관이 있어 등대 숙박 체험과 등대기념관 관람이 가능하다. 가덕도등대 외길을 따라 나오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외양포 마을에 닿는다. 일제강점기 마을 전체가 군사기지로 사용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부산에 들러서는 지난 6월 개장해 송도해수욕장 랜드마크로 급부상한 구름 산책로를 걸어보자.
■송림과 기암 사이, 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
울산 12경의 하나인 대왕암 송림은 해금강에 버금가는 절경으로 꼽힌다. 수령 100년이 넘는 해송 1만5000여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기암괴석과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울기등대는 이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해안 산책로 끝자락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울기등대는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등대다. 일제강점기인 1906년 3월 처음 불을 밝혀 1987년 12월까지 80여년간 사용됐다. 구 등탑이 현역에서 물러난 뒤 바통을 이어받은 신 등탑도 곁에 서 있다. 울산하면 고래 이야기가 빠질 수 없고, 고래 하면 장생포다. 울기등대와 연계해서 둘러볼 만한 곳으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추천한다. 울산을 대표하는 벽화 마을인 신화마을도 인근에 있다.
■용의 꼬리를 밝히는 울진 죽변등대
경북 울진군 죽변곶은 포항 호미곶 다음으로 육지가 바다로 돌출한 지역이다. 용의 꼬리를 닮아 '용추곶'이라고도 한다. 1910년 점등을 시작한 죽변등대는 100년이 넘도록 용의 꼬리와 그 앞바다를 밝혀온 셈이다. 팔각형 구조로 새하얀 몸체를 자랑하는 죽변등대는 높이 약 16m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선형으로 이어진 철제 계단이 나온다. 각층 천장에 태극무늬가 인상적이다. 등탑에 올라서면 죽변항과 마을 일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경복궁을 지을 때 쓰였다는 울진 금강송의 자태를 감상하려면 전문 가이드와 함께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어보자. 자연 용출하는 덕구온천에서 개운한 온천욕을 즐기고, 2억5000만년 세월을 간직한 성류굴에서 석회동굴의 신비로움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도해 지키는 진도 하조도등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한 전남 진도 하조도등대는 수려한 풍광이 멋스럽다. 바다와 연결된 등대 주변은 온통 기암괴석이다. 절벽 위에 세워진 등대의 높이는 해수면 기점 48m, 등탑 14m에 이른다. 등대에서 내려다보면 조도군도 일대의 섬들이 절벽 바위와 어우러져 아득한 모습을 연출한다. 하조도등대는 1909년 처음 점등해 100년 넘게 뱃길을 밝혀왔다. 진도와 조도 일대는 서남 해안에서 조류가 빠른 곳 중 하나로, 등대는 서해와 남해를 잇는 항로의 분기점을 지키고 있다. 하조도는 조도군도의 '어미 새' 같은 섬이다. 신전해변은 아늑한 섬마을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으며, 하조도와 연결된 상조도의 도리산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군산의 숨겨진 근대문화유산, 군산 어청도등대
전북 군산 어청도등대는 1912년 3월 1일부터 바다를 향해 희망의 빛을 쏘아내는 근대문화유산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대륙진출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 세웠다. 깎아지른 절벽 위의 하얀 등대는 입구에 삼각형 지붕을 얹은 문을 달고, 등탑 윗부분에는 전통 한옥의 서까래를 모티브로 장식해 조형미가 돋보인다. 등대를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과 해송, 하늘과 바다의 짙은 푸른 색이 조화를 이뤄 동화 속에 나오는 숲속의 집을 보는 것 같다. 어청도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된 둘레길이 있다. 어청도의 포구와 주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길이다. 주봉인 당산(198m) 정상에는 고려시대부터 있었다는 봉수대가 남아 있다. 또 마을 중앙에는 중국 제나라 사람 전횡(田橫)을 모시는 사당인 치동묘가 있다.
■고래를 닮은 등대섬, 태안 옹도등대
옹도는 충남 태안 서쪽 신진도 앞바다에 위치한 섬이다. 1907년에 세워진 옹도등대가 있어 등대섬으로 불린다. 2007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돼 소문이 났지만, 오랜 시간 태안이 숨겨둔 보물이다. 일반에 개방한 2013년 이전에는 항로표지원이 섬을 지켰다. 옹도 가는 배는 안흥외항에서 출발한다. 가는 길은 30여분 걸리고 오는 길에는 가의도 일대 바위섬 유람을 포함한다. 섬에 체류하는 1시간을 포함해 총 2시간40분 여정이다. 옹도 선착장에서 등대를 지나 물범 조형물까지 약 365m 거리라 느긋하게 다녀도 충분하다. 옹도는 동백꽃이 많아 봄날에 붉고 여름날에 짙푸르다. 섬 모양이 옹기를 뉘어놓은 듯해 옹도다. 주변 어민들은 고래를 닮아서 고래섬이라고도 부른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