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이대로 괜찮나

      2015.09.10 16:57   수정 : 2015.09.10 16:57기사원문

불경기에 한산한 모습이지만 전통시장의 인심은 푸근하다. 덤을 주고 가격 흥정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의 경기회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임직원 선물용으로 전통시장상품권(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하려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도입 초기 온누리상품권은 사용처도 마땅치 않고 상인들이 수령을 거부하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현재 전통시장의 주요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그런데 최근 추석을 앞둔 서울 시내 주요 전통시장을 취재한 결과 온누리상품권은 여전히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당초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 채 문제점을 드러냈다. 온누리상품권은 일반 백화점상품권과 같이 액면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현금으로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1000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1만원권 상품권을 내밀었을 때 두말없이 9000원을 거슬러주고 있었다. 상인들에게는 상품권으로 판매를 늘리는 것보다 현금화가 더 절실한 탓이다. <본지 9월 9일자 21면 참조>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극복과 명절맞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 2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상품권을 10% 할인판매하고 있다. 주로 유통되는 1만원 상품권을 9000원에 구입할 때 나머지 1000원은 세금이다. 앞서 말한 60% 구매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1000원의 정부 예산으로 소비자에게 콩나물 한 봉지만 사주고 끝나는 셈이다.

이 같은 관행이 굳어지면 전통시장 전체의 매출 확대라는 정책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시장 상인 역시 당장 현금화가 더 편할 수도 있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손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상품권은 액면 금액이 해당 매장에서 모두 사용돼야 의미가 있다.

상인들이 우선 규정을 준수해 영업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전통시장 전체의 활성화라는 거시적 목표를 요구하기에는 '내 코가 석 자'다. 전통시장은 가게가 넓게 퍼져 있어 한 건물에 모든 매장이 밀집한 백화점과 달리 상품권 사용에 대한 통합관리가 어렵다.
판매 상품 역시 1000원, 2000원 등 소액이 많아 한 가게에서 상품권 액면가의 60%를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

버스카드처럼 충전된 금액에서 상품 구매금액을 차감하는 전자식 상품권을 도입하거나 상인들에게 거스름돈으로 쓸 수 있는 소액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거시적 정책목표를 달성하기에 앞서 실제 상품권을 주고받는 상인과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을 고려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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