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합치고' 기업들 사업재편 한창

      2015.09.14 18:23   수정 : 2015.09.14 22:30기사원문

'쪼개고, 다시 합치고….'

국내 대기업이 계열사 및 사업부문 간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연관 사업을 한 곳으로 몰아주거나 거꾸로 일부 사업부문을 떼내 독자 경영에 나서기도 한다.

■기업마다 셈법 달라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에서 가장 핫한 곳은 삼성이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그룹 순환출자 고리가 8개로 축소됐다"며 "삼성그룹이 지속해서 순환출자를 줄여나가는 움직임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합병 검토, 삼성전자 분할 후 삼성전자 투자부문와 삼성SDS의 합병을 통한 전자계열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합병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한 KEB하나은행을 출범시켰다. 미래에셋증권 강혜승 연구원은 "은행 정보기술(IT) 시스템 통합, 은행 광고.선전비 등의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올해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4.4% 증가하는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라홀딩스는 한라마이스터 흡수 합병으로 한라, 위코, 오토리코, 에이치워터 등 4곳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한라홀딩스와 한라마이스터 합병으로 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마무리한 정몽원 회장의 경영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를 하나로 묶으면서 순환 출자 고리를 줄였다.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차기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남은 순환 출자 고리를 끊을 열쇠를 현대글로비스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자회사인 한화넥스트와 한화컴파운드를 합병해 컴파운드 사업 부문을 일원화했다. 이로써 지난 3월 에이치컴파운드(현 한화컴파운드)가 한화첨단소재의 컴파운드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하며 시작된 한화그룹의 컴파운드 사업 역량 집중 작업은 사실상 완료됐다.

기업분할도 한창이다.

현대종합상사는 다음달 1일 브랜드 사업 부문과 신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씨앤에프를 신설한다. 분할 후 현대종합상사에는 무역사업 부문과 자원사업 부문이 남는다.

SK브로드밴드는 SK플래닛의 호핀(Hoppin) 사업부문을 분할·합병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급변하는 국내외 모바일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그룹 내 역량을 일원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이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분할 시너지가 관건

이런 움직임에는 '겨울에 밀짚모자를 사둬야 한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상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통해 "외부 여건이 여러 측면에서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어려워도 한 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이 합병과 분활로 지배구조를 바꾸고 사업체질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사업 전문화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분할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딱히 구별되는 사업군이 없고 지주회사 체제 구축의 필요성이 적은데도 막연한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 또 사업구조 재편보다는 돈 안되는 사업을 다시 떼내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하게 자회사를 끌어안는 상장사도 있다.
경영효율성 외에 연결재무제표를 만드는데 따른 불편을 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것.

증시 전문가들은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의 장기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분할.합병 효과는 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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