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범운영 앞둔 '고척스카이돔' 가보니
2015.09.20 16:25
수정 : 2015.09.20 16:25기사원문
110년 한국야구 역사상 첫 돔구장이 서울 고척동에 만들어졌다. 은빛 유선형 모양의 돔구장은 '고척스카이돔(고척돔)'으로, 역사적 배경과 아름다운 외관, 첨단 시설로 고척돔은이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러나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돔은 부족한 주차 공간과 떨어지는 대중교통 접근성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원활한 운영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왜 여기다 지은 거죠'
"헬게이트(지옥문)가 열린 것이죠"
지난 18일 시범 운영을 앞둔 고척돔에 대해 인근 주민들 반응은 의외로 싸늘했다. 고척돔이 위치한 경인로는 서부간선도로와 남부순환로를 잇는 서남권 최대 교통혼잡 구간으로 꼽힌다. 대중교통 이용도 아직은 열악하다. 지근 거리의 구일역은 도보로 15분 이상 소요되고 공사가 한창이어서 접근성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보였다. 이날 오후 4시, 교통량이 폭주하는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운행 차량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이 도로를 이용해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 최모씨(34)는 "돔구장 건립을 보고 이사가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가뜩이나 막히는 이곳에 왜 지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척돔이 오는 11월 본격 개장되면 교통체증 심화가 예상된다고 주민들은 우려했다. 주차 문제 걱정이 가장 컸다. 서울시의 서남권 돔구장(고척돔) 운영 기본계획에 따르면 총 1만8076명을 수용할 수 있고 공연 때는 2만5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고척돔 주차공간은 총 492면이다. 이중 구단과 언론, 예비 주차공간을 제외하면 관람객 주차공간은 220면에 그친다. 1만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양천구 목동구장이 1100면, 송파구 잠실구장(수용가능 인원 2만4411명) 1279면 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
서울시 시설관리공단과 구로구청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시설관리공단은 돔 내부 주차장을 사전예약제로 운영, 자가용 이용을 최소화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토록, 구로구청은 모니터링 후 대응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근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대안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신 신동아아파트 관계자는 "등록 차량이 아닐 경우 (단지 내부로)진입하지 못하도록 번호 인식 센서 설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교통대란은 안전사고와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고척돔 경기장 밖 좌우측으로 보행도로가 3m에 불과해 전면에 있는 도로와 폭이 매우 좁다. 돔 정문 앞에는 버스정류장이 위치해 경기나 공연 후 정문 쪽에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1만명 이상이 한꺼번에 행사장을 빠져 나왔을 때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교통사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고척돔 인근에서 40년째 자전거 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씨(60)는 고척돔 앞 6차선 도로를 가리키며 "평소에도 일반도로가 3차로에서 2차로로 줄면서 접촉 사고가 자주 나는 곳"이라며 "경기 뒤 인파와 차량이 뒤엉키면 어떻게 될지.."라고 전했다. 고척돔 옆에는 고원초교와 경인고가 있어 학생들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8차례 설계변경, 대중교통 유도가 해결책?
이같은 현상은 공사 기간 잇단 설계변경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고척돔은 2009년 첫 삽을 뜬 후 완공까지 무려 2413일이 소요됐다. 처음 고척돔은 아마추어 야구 성지였던 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되면서 대체 아마 전용 구장으로 건립됐다. 건립 과정에서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고 국제야구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성과를 올리자 설계변경이 이어졌다.
고척돔 완공 때까지 무려 8차례 설계변경이 이뤄지면서 프로용 구장으로 바뀌었고 지붕을 반쯤 씌운 '하프돔'에서 '완전 돔'으로 변신했다. 첫 설계 당시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기장이 탄생한 것.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부터 돔구장을 계획하고 만들었다면 위치 선정부터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