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중반 평가)맥빠진 19대 마지막 국감…증인 채택 파행·막말 등 '도 넘은' 구태

      2015.09.21 16:39   수정 : 2015.09.21 16:39기사원문
19대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견제는 커녕 '한 방' 조차 없는 맥빠진 국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재벌 총수나 현 정부 실세 정치인 등 특정인에 대한 일반증인 채택으로 여야가 맞서다가 국감 일정이 파행하거나 증인을 향해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막말을 내뱉는 등의 구태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정쟁 국감이 아닌 정책 국감을 연일 당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엄포에만 그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이 증인 채택 문제로 나란히 파행됐다.

복지위는 여야 합의로 채택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석을 하지 않으면서 오전부터 파행된 채 오후에도 국감을 진행하지 않았고, 산업위는 최근 피감기관에 인사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한 여야 간 의견차로 오전 한때 파행을 겪었다.


앞서 정무위원회도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언제 국감장으로 부를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대립하다 여야 3선 중진의원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신 회장은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대로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국감일에 출석했지만,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제기하거나 "한·일 축구전이 열리면 어느 팀을 응원하느냐"라는 식의 엉뚱한 질문을 던지면서 해당 의원이 다음날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롯데그룹의 불합리한 지분 구조 또는 향후 롯데쇼핑의 상장계획 등과 관련해 날카로운 질문으로 신 회장을 긴장시킨 정무위원은 극소수에 그치는 등 국감 내용 수준도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장이나 일반증인에게 품위 없는 언행으로 인격적으로 모독을 주는 '막말 국감'도 올해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복지위는 성희롱 의혹을 받는 한 협회장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한 야당 의원으로 논란이 일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야당 위원들이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을 몰아세우는 과정에서 "집 나간 며느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또 기재위에서는 최 경제부총리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설전을 벌이다가 박 의원이 최 경제부총리의 상기된 '얼굴'을 지적하자, 최 경제부총리는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받아치면서 국감이 멈추기도 했으며 야당 의원들이 기획재정부를 '재벌 장학생', '한국 경제를 망친 주범'이라고 지적하자 기재부 공무원 노조가 해당 의원들을 'C급 정치인'이라고 규탄하는 성명서를 이례적으로 내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나란히 정책 국감을 당부했지만 이 역시 허울뿐이라는 지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막말, 호통이라는 '악수'를 두거나 자극적인 소재에 매달리면서 정부를 견제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본연의 국감 취지는 일찌감치 퇴색했다는 것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국회의원이 소비자단체가 지적할 내용을 국감장에서 호통치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면서 "이번 국감이 총선을 앞두고 기존 틀을 못 벗어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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