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친환경 도전' 한계 봉착
2015.09.24 15:42
수정 : 2015.09.24 15:42기사원문
#.최근 유럽연합 산하 환경기구 'TE(Transport & Enviromment)'는 '유럽의 자동차는 얼마나 깨끗한가?'라는 자동차 업계가 다소 당황스러워할만 보고서를 내놨다. 오는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95g이하로 감축할 수 있는 완성차 메이커는 볼보, 닛산, 푸조, 토요타, 다임러, 르노 등 단 6개사뿐이라는 것. 폭스바겐, BMW 등 유럽이 본고장인 프리미엄 메이커들은 물론, 국내 업체들도 2021년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지역 연간 10만대이상 판매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2013년과 비교한 결과를 통해 예측한 내용이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계기로 '클린 디젤차'의 한계론이 대두되고 있다. 낮은 유지비에 고연비를 자랑하는 디젤차의 태생자체가 근본적으로 규제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가기 어려운 한계를 지녔다는 것. 유럽연합이 이전보다 강화된 탄소배출 규제를 업계 요구를 수용해 1년 연장했지만,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만해도 유해가스 배출규제인 '유로6'와 이와 별도로 규정된 '탄소배출 규제' 등을 모두 만족시켜야하고, 미국과 일본 등 국가별로 또 다른 유해가스 배출규제가 존재한다.
■디젤차,친환경 도전 한계봉착
24일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사태가 디젤차의 친환경 명성이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봤다. 사실 매연이 심한 디젤차가 전성시대를 맞은건 '클린 디젤'을 내세운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친환경 규제에 맞춰 어떤 차를 개발한 것인가 고민하던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역발상을 택했다. 바로 폭스바겐 등이 내건 '클린 디젤'이다. 디젤차이지만 매연은 크게 개선되고 고연비는 유지해 유럽의 디젤차들이 성장가도를 달렸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미국은 전기차로 친환경차 시장 선점에 나섰지만, 유럽 디젤차에 밀렸다. 하이브리드는 토요타의 프리우스를 제외하고는 시장성을 확보한 모델이 드물고,볼트 등이 선보인 전기차는 속도가 늦어 판매가 저조했다.
하지만,클린 디젤은 10년이 지나면서 빛이 바래지고 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의 친환경 디젤차는 단기전략으로 빼든 카드였는데 예상보다 높은 인기고공행진으로 10년가량 장수했다. 그러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친환경규제를 디젤차가 계속해서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게 수입차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클린디젤차로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한 BMW 등 유럽 메이커들이 2~3년전부터 플러그하이브리드 등을 선보이기 시작한 게 클린 디젤차의 한계를 인정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탄소배출규제도 맞추기 쉽지 않아
완성차 업체들이 유로6 등 이전보다 약 30%가량 유해가스를 줄여가나는 배출가스 규제 추세외에도 오는 2021년까지 탄소배출규제를 맞추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면서 사업을 하거나, 제품포트폴리오를 경차나 가솔린 등으로 재편해야하는 전략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미 유로5보다 유해가스배출을 3분의1로 줄인 유로6에 맞추기 위해 막대한 개발비용이 투입됐다. 향후 유로6보다 강화된 유로7이 나오면 디젤차의 가격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규제에 맞추자니 가격이 높아지고, 현 개발속도로는 고연비를 유지하면서 강화되는 친환경 규제를 맞추기 어려워서다.
이는 TE보고서에도 감지된다. 포드의 경우 유럽에서 판매한 차량들의 지난해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은 1㎞당 121.7g으로 2013년 121.6g보다 오히려 0.1%늘어났다. 하이브리드 판매가 늘고 있는 닛산이 지난해 115.0g으로 전년대비 12.1% 감축한데 비하면 대조적이다. 대형차, 디젤차를 많이 파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이 크게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친환경 디젤차의 종식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