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놈놈놈'의 두 감독 춤판으로 무대 옮겨 한판

      2015.09.30 18:53   수정 : 2015.09.30 18:53기사원문




영화판에서 이름난 두 감독이 무용계까지 손을 뻗쳤다. '장화홍련'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감독 김지운과 '도둑들' '암살' 등 1000만 영화의 음악을 만든 장영규 음악감독이다.

'놈놈놈'에서 힘을 모았던 두 사람이 각각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의 신작으로 오는 9~11일 같은 기간 경쟁해 눈길을 끈다. 김지운 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5주년 기념작 '어린왕자'(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구성과 영상을, 장영규 감독은 국립무용단의 신작 '완월'(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연출을 맡았다. 장 감독은 연출가로서 첫 작품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왕자'는 생텍쥐페리의 동명소설을 현대무용으로 재탄생시켰다. 전 연령대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공연'으로 기획됐다.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올해 공연 사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고민하다가 기획하게 됐다"며 "장기적인 레퍼토리로 키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입체적인 무대가 이 공연의 특징이다. 영상과 함께하는 무용수들의 다채로운 몸짓이 공연을 이끌어가는데, 공연 말미에는 어린이 관객들이 태블릿에 그린 그림이 무대 세트에 투사되기도 한다.

김지운 감독은 "원작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굳이 많이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며 "다만 사막에 불시착한 소설 속 장면처럼 '현재를 사는 우리도 어른이라는 세계에 불시착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퍼레이드를 영상으로 연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무대 위 무용수와 영상 속 무용수가 넘나드는 인터렉티브한 장면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의 '완월'은 지난해 소치동계올림픽 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10분짜리 소품 '강강술래'을 발전시킨 작품이다.

무용 공연인데 안무가가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파격이다. 새로운 동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강술래'의 원형을 분석하고 해체해 다시 조합하는 방식이다. 18명의 무용수가 강강술래의 기본 동작을 스스로 변주하며 무대를 채운다. 연출가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장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 '타짜'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굵직한 장편영화 40여편을 비롯해 수십편의 단편영화 음악을 만들었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한국에서 내가 주저 없이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두 명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영화음악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활동 영역의 일부일 뿐이다.
스스로를 '발 넓은 협력가'라고 지칭하는 그는 1990년대부터 이미 안은미 무용단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영화, 무용, 연극, 시각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음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장 감독은 "음악 작업을 할 때도 멜로디보다 구조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안무 만드는 과정이 비슷하게 느껴진다"며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음악은 선율과 선율이 만나서 음악이 되지만 바흐의 음악은 선율과 선율이 꼬이면서 만들어내는 '구조의 음악'이다.
'완월'도 잘게 쪼개진 춤의 동작들이 재조합되면서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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