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2015.10.01 16:44   수정 : 2015.10.01 16:44기사원문

성남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배당'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청년배당의 골자는 성남시에 거주하는 만 19~24세의 청년들에게 조건 없이 기본소득 개념으로 분기별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25만원을 현금이 아니라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청년배당에 대한 논쟁은 잠시 뒤로 미루자. 정말 중요한 건 어쩌다 이런 정책까지 나왔는가.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이 정도로 처참한 지경에 몰렸는가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떨어진 한국 경제의 체력을 들 수 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두자릿수였다. 당시 유행했던 노래 가사처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는' 사회였다.

그런데 1990년대 말부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직장 잡기가 점점 어려워졌고, 집값이 오르지 않아 은행 대출이자를 막다가 힘에 부쳐 손해를 보고 집을 파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 저성장시대에 진입했다는 걸 알리는 신호였다. 올해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연초의 3%대에서 2%대로 낮아질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2.8%, LG경제연구원은 2.6%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놨고, 한국경제연구원은 2.4%까지 낮아질 것으로 봤다. 저성장 기조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과 중국의 저성장 때문에 세계 경제가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따르면 앞으로도 별다른 희망은 없어 보인다. 그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자본을 소유한 최상위 계층에 갈수록 부가 집중된다고 주장했다. 빈익빈 부익부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해진다는 얘기다. 마치 계주의 두번째나 세번째 주자들처럼 지금의 청년들은 아버지 세대가 각자 일궈놓은 부의 격차를 기반으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공평하게 출발하지 못한 청년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공평함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솔직히 말하면 없다. 지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경제성장률이 낮아질수록 더 심화된다.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한 채 'N포 세대'가 돼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비난만 하고 있을 것인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이 나올 수 있다. 저성장시대에 건강하게 살아남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지금까지의 상식과 생각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자세와 새로운 철학을 가져야 한다.
지금이 저성장시대라면 거기에 맞게 적응해보자. 빈부 차를 뒤집을 생각을 하면 힘에 부쳐 포기하게 된다. 대신, 격차를 좁힐 방법을 찾아보자. 해마다 경제성장률보다 조금 높게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는 생각을 하면 언젠가는 역전도 가능하다.
이 역시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걸 포기하는 것보다는 분명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yhj@fnnews.com 윤휘종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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