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만 잡은 정부
2015.10.01 18:17
수정 : 2015.10.01 22:33기사원문
지난 6월 3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관계부처 실.국장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올해 12월 도출 예정인 신기후체제를 앞두고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확정'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날 요지는 이렇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위주로 성장한 경제구조임을 감안할 때 국내 산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16위, 1인당 배출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6위에 해당하는 국제적 책임이 있다. 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등 그동안 쌓아온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을 고려하고 에너지 신산업 및 제조업 혁신의 기회로 잡아야 한다. 그래서 당초 시나리오보다 목표수준을 상향 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보다 19일 전 정부가 내놓은 시나리오는 1안 14.7%, 2안 19.2%, 3안 25.7%, 4안 31.3%였다.
3개월여 뒤 폭스바겐 사태가 터졌다. 독일 폭스바겐 본사에서 실제 도로에서 배출가스가 허용기준을 초과하는데도 부품을 조작해 정상인 것처럼 전 세계를 속인 것이 드러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폭스바겐 본사는 한국에 수출한 폭스바겐 9만2247대, 아우디 2만8791대 등 12만1038대도 관련돼 있다고 실토했다. 환경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하고 사실이면 엄벌할 것이라고 했다. 폭스바겐에 이어 다른 디젤차도 전면 조사할 것이라는 각오도 다졌다. 3개월 전과 비슷한 엄중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금까지 폭스바겐 등 수입 자동차 제작자에게 인증신청서를 내주면서 단 한 차례도 배출가스가 조작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조사는 물론 자료제출 요구조차 없었다. 법에 규정돼 있었지만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재량'일 뿐이었다.
조작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국제적 시험방법으론 조작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미국도 확인 못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환경부가 조사에 들어갔지만 얼마나 많은 조작 차량이 우리 땅에서 내달리며 대기오염물질을 뿜어냈는지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배출가스는 온실가스의 주범 중 하나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할 때의 비장함을 수입차 인증서를 내줄 당시에는 생기지 않았던 걸까. 결국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며 국내 업체에만 칼날을 휘두른 꼴이 됐다.
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