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 처마 끝에 달린 가을
2015.10.15 18:44
수정 : 2015.10.15 18:44기사원문
권해룡 해설사는 "지난 2014년 6월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는 11번째 세계유산으로, 경기도에서는 수원 화성에 이어 두번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전 세계적인 인류 문화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한산성 성벽길 걸으며 역사공부
12㎞에 달하는 남한산성 성벽은 산의 지형을 따라 이리저리 휘어지고 굽어지면서 뻗어간다. 성벽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푸른 숲 너머로 서울 시내와 경기도 일대가 한 눈에 펼쳐진다. 남한산성 산행은 크게 5가지 코스로 나뉘지만 구간구간 샛길이 많아 각자의 능력에 따라 맞춤형 산행이 가능하다.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도성을 지키던 남부의 산성이었다. 지금은 동, 서, 남문루와 장대, 돈대, 암문, 우물, 보, 누 등의 방어 시설과 관해, 군사 훈련 시설 등이 있다. 성벽의 주봉인 청량산을 중심으로 하여 북쪽으로 연주봉, 동쪽으로 망월봉과 벌봉, 남쪽으로 몇 개의 봉우리를 연결해 쌓았다. 성벽 외부는 급경사를 이루는데 비해 성 내부는 경사가 완만하고 평균고도 350m 내외의 넓은 구릉성 분지를 이루고 있다.
한강과 더불어 남한산성은 삼국시대 당시 패권을 결정짓는 주요 거점이었다. 백제가 하남 위례성에 도읍을 정한 이후 백제인들에게 있어서 남한산성은 성스러운 대상이자 진산으로 여겨졌다. 남한산성 안에 백제의 시조인 온조대왕을 모신 사당인 숭렬전도 자리 잡고 있다.
신라 문무왕 12년에 한산주에 주장성을 쌓았는데 현재 남한산성이 위치한 곳이라고 믿어져 내려온다. 고려시대 기록에는 보이지 않으나 세종실록지리지에 일장산성이라고 기록돼 있으며 성내에는 군자고가 있고 우물이 7개인데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성내에 논과 밭이 124결이나 됐다고 한다(1결은 곡식 100짐을 생산할 수 있는 넓이다). 남한산성 내에 있는 행궁은 전쟁 중이나 내란 등 유사시 후방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한양 도성 궁궐을 대신할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조선 인조가 세웠다.
권 해설사는 "행궁 내엔 정무시설은 물론 다른 행궁에 없는 종묘사직 위패 봉안 건물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조선시대 행궁제도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 지난 1999년부터 발굴조사를 실시해 상궐, 좌전이 복원됐으며 일부 건물지에서 초대형 기와 등 다량의 유물이 출토된 중요한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팔당호·경안천 습지공원엔 '낭만'
습지는 바다처럼 물에 푹 잠겨 있지는 않지만 일정 기간 이상 물에 잠겨 있거나 축축하게 젖어있는 땅으로 여러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경안천 생태습지공원은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일대 농지와 저지대가 물에 잠긴 이후 자연적으로 습지로 변한 독특한 곳이다. 이곳은 경안천을 통해 팔당호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수변식물을 통해 수질을 개선시켜 동.식물들에게 깨끗한 서식처를 제공하고 도시민에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적이고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됐다.
공원 입구에는 조성 목적과 산책로 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이 있고 주차장, 화장실, 벤치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약 2㎞에 이르는 산책로에는 소나무, 왕벚나무, 단풍나무, 감나무, 왕버들, 선버들 등이 우거져 있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연 밭 위를 지나는 목재 데크, 갈대 군락과 부들 군락, 철새 조망대를 통해 수변 생태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7~8월께부터 개화하는 연꽃은 아름다운 주변경관과 어우러져 습지공원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산책로 중간에는 갈대습지의 수질정화 원리를 비롯해 경안천에 사는 새와 곤충, 자생식물 등에 관한 자료를 배치해 탐방객들이 손쉽게 살펴볼 수 있다.
경안천 생태습지공원을 둘러봤으면 이젠 팔당호의 풍광에 빠져볼 때다. 팔당호는 북한강과 남한강, 경안천의 세 물길이 모이는 지점에 팔당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팔당호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터전이다. 호수 속에는 다양한 종의 물고기와 수생식물, 플랑크톤이 서식한다. 겨울이면 40여종의 철새들이 날아들어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팔당호 주변도로는 수려한 풍광과 드넓은 호수를 둘러볼 수 있다. 유 해설사는 "팔당호 근처 남양주시 조안면에는 예봉산이 있는데 옛날에 여덟 명의 선녀가 예봉산의 수려한 경치에 반해 여덟 채의 집을 짓고 살아 '팔당(八堂)'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예봉산 계곡의 물살이 거세 계속 사고가 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당집 여덟 채를 지어 '팔당'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며 "배가 급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줄을 잡아당긴다는 뜻의 '바댕이'는 팔당의 옛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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