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산가족 60여년만에 만남 "두통약 등 선물 꾸러미만 봐도 기뻐요"
2015.10.19 17:26
수정 : 2015.10.19 17:26기사원문
조카 정씨의 삼촌은 북측에서 이번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인원 중 최고령자다. 정씨는 '머리 아플 때 드세요' '일하다 다쳤을 때 붙이세요' 등의 상세한 설명을 적은 메모를 두통약, 파스 등에 붙였다. 정씨는 "(북에서는) 초코파이가 귀하다고 하더라. 파스랑 두통약, 사탕도 챙겼다"고 말했다.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남측 이산가족들이 집결지인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 모여 상봉일정을 시작했다. 속초 한화리조트는 집결시간인 오후 2시가 되기 전부터 일찍 도착한 일부 가족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북한의 이산가족들에게 전달할 의류와 약품, 생필품, 과자 등 각종 선물을 들고 집결지에 도착한 이산가족들은 60년 넘게 헤어져 살아온 혈육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뜬 분위기였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은 북측 방문단 96가족이 남측 가족과 상봉하는 1차(20~22일)와 남측 방문단 90가족이 북측 가족과 만나는 2차(24~26일)로 나뉘어 진행된다.
당초 1회차에는 북측 방문단 97가족이 상봉할 예정이었으나 한 가족은 북측에서 만나려 하는 남측 가족의 건강이 좋지 않아 상봉이 이뤄지지 않게 됐다.
통일부는 제20차 이산가족 1회차 상봉 남측 상봉단이 가족 393명을 비롯해 지원인원 114명, 취재진 29명 등 모두 536명이라고 밝혔다. 북측에서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이는 인원은 방문단과 동반가족을 포함해 141명이다.
1차 상봉에 나서는 북측 방문단의 최고령자는 리홍종(88), 정규현(88), 채훈식씨(88)다. 이들과 만나는 남측 가족 최고령자는 북측 김남동씨(83)의 오빠인 김남규씨(96)다.
2차 상봉도 같은 일정으로 진행된다. 2차 상봉에 나서는 남한 가족은 255명이며 북측 상봉단은 188명이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이날 이산가족 등록, 방북 교육 등의 절차를 밟은 뒤 상봉의 설렘 속에 하룻밤을 보내고 20일 오전 8시30분께 꿈에 그리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고성 출입사무소(CIQ)로 향한다.
이어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열리는 단체상봉에서 60여년 동안 기다려온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 직원과 자원봉사자 수십명 등도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한적십자사는 업체나 단체 등으로부터 선물을 기증받아 남측 이산가족들이 북측 이산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LG유플러스는 북측 가족에게 전달할 가족사진을 아직 준비하지 못한 남측 이산가족들을 위해 접수창구 부근에 이동 스튜디오를 마련, 즉석에서 사진을 촬영한 뒤 앨범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상봉단을 대상으로 임시환전소를 운영한다.
july20@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