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법천사지에서 고려 초기 완전한 형태의 중심사역 확인
2015.10.20 09:18
수정 : 2015.10.20 09:18기사원문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원주시와 (재)강원고고문화연구원이 지난 5월부터 발굴조사 중인 강원 원주 법천사지(사적 제466호) 발굴현장이 오는 21일 오전 11시 일반에 공개된다.
국내 최대급 절터유적인 원주 법천사지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0차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법천사는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되어 고려 시대에 크게 융성하였으며, 임진왜란을 겪으며 없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의 발굴조사를 통해 법천사는 전체사역을 계획적으로 구획한 다원식(多院式) 가람배치임이 밝혀졌다.
이번 10차 발굴조사는 지난해에 법천사의 추정 중심사역으로 확인된 구역에 대한 정밀발굴조사와 법천사 사역의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외곽지역에 대한 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 법천사의 중심사역은 남북 72.6m, 동서 52.5m의 직사각형 회랑 영역(면적 3,811㎡) 안에 금당(金堂)과 강당(講堂)이 남북으로 일직선 상에 놓이고, 금당 앞에 두 기의 탑이 배치된 2탑 1금당 형태의 가람배치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금당은 남북 14.4m, 동서 17.3m의 기단 내에 정면 3칸, 측면 3칸(건물면적 105.6㎡)의 규모이며, 강당은 남북 16.8m, 동서 35.8m의 기단 내에 정면 7칸, 측면 3칸(건물면적 369.6㎡)으로 조성되었다. 중심사역의 평면 형태는 경주 불국사의 가람배치와 비견될 수 있으며, 법천사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던 고려 초 가람배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금당 앞 동편과 서편에서는 사각형의 석탑 지대석 2기가 중앙 보도를 중심으로 대칭하여 놓여 있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서탑지의 전면에는 적심(積心, 구조물의 기초부에 채워 넣은 흙과 돌) 위에 6각형 지대석이, 동탑지의 전면에서는 지대석 없이 적심만 발견됐다.
서탑지 전면에서 확인된 6각형 지대석은 이전의 조사에서 수습된 연화앙련대좌, 연화복련대석, 석조보살상의 다리 부분과 올해 출토된 석조보살상의 몸통 부분 등과 조합해 볼 때, 탑 앞에 공양보살상을 안치하기 위한 지대석으로 밝혀졌다. 동탑지의 경우에도 적심석의 위치로 볼 때, 서탑지와 마찬가지로 탑 앞에 공양보살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동·서탑 앞에 2기의 공양보살상이 배치되었다면, 이는 국내 유일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탑 앞에 공양보살상을 배치한 예로는 원주 법천사지를 포함해서 강릉 신복사지, 평창 월정사, 논산 개태사 등 4기가 확인되며, 법천사지를 제외한 나머지 3기는 모두 1기의 공양보살상을 두고 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철제 은입사 말재갈 멈추개' 1점이 출토되었다. 그동안 철제 또는 금동으로 제작된 경우는 국내에서 다수 확인된 바 있으나, 철제 말재갈에 은입사를 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은입사의 문양은 꽃무늬를 정교하고 세련되게 표현하여 고려 시대의 뛰어난 세공기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천사지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여 중심사역 일대에 대한 정비·복원 등 보존방향을 모색하고, 고려 초 사원 건축양식의 학술적 연구 등을 통해 역사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