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명 수학자 미망인 림리규씨, 南측 동생·시동생 만나

      2015.10.20 21:47   수정 : 2015.10.20 21:47기사원문
【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 김유진 기자】 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북측 대상자 명단에는 북한의 최고 수학자로 이름을 날렸던 고 조주경씨(1931∼2002년)의 아내 림리규씨(85)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림리규씨는 20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첫 일정인 오후 3시(평양시 기준) 단체상봉에서 남한에 사는 동생 임학규(80), 조카 임현근(77), 시동생 조주찬씨(83) 등을 만났다.

학규씨는 누나인 리규씨에게 "지금 누이가 몇이우"라며 나이를 물었고, 리규씨는 "나 여든여섯이야. 근데 등본에 여든다섯이야"라고 답했다. 이어 학규씨가 "많이 안 늙으셨어, 누이…"라고 말하자 리규씨는 같이 온 아들을 인사시켰다. 시동생 주찬씨는 불쑥 형수 리규씨에게 "아들 철민이가 지금 보니까 나를 닮았어, 형수"라고 말했다. 가족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리규씨는 6·25전쟁 당시 5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혼자 인민군에 붙잡혀 북에 남았다. 리규씨의 남편 조주경씨는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절 인민군에 의해 북으로 끌려갔다.


조주경씨는 앞서 지난 2000년 상봉행사의 북측 상봉대상자에 포함돼 서울에서 꿈에 그리던 어머니 신재순씨(당시 88세)를 만난 바 있다.

당시 함께 형 주경씨를 만났던 주찬씨는 이번 상봉에서 형수와 조카를 만났다. 주경씨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이자 북한에서 최고의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유명 과학자다.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하고 23세부터 교단에 섰으며 40여년간 8명의 박사, 33명의 학사(석사), 12명의 후보학사를 비롯해 수많은 과학자를 키웠다. 주찬씨는 "이번에 2004년 북한 언론에 난 사촌형의 부고기사 복사본을 들고와 형수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1차 상봉 북측 방문단의 최고령자인 채훈식(88), 리홍종(88), 정규현씨(88)는 당초 고령으로 건강 문제가 염려됐으나 무난하게 상봉일정을 소화했다. 남측 방문단의 고령자 중 한 명인 권오희씨(92·가족들은 97세라고 설명) 역시 6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의붓아들 리한식씨(80)의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해냈다.
어머니 권씨와 함께 남측 방문단에서 최고령자에 속하는 김남규씨(96)도 면사무소 직원으로 활동했던 막내 여동생을 만나 6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거슬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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