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기만 한 시간...아쉬움 속 시작된 상봉 이튿날

      2015.10.21 16:26   수정 : 2015.10.21 16:31기사원문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김유진 기자】북에 떨어져 살아온 형 김주성씨(85)를 만난 남측 아우 김주철씨(83)는 대동강 맥주를 형의 잔에 가득 따라 부었다. 형 앞에 선 아우는 술을 따르면서도 내내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아우는 모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형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이렇게 고생만 해서 어떻게 하느냐. 호강을 해야하는데…"라고 흐느꼈다. 마주 선 형은 손수건을 꺼내 말없이 아우의 눈물을 닦았다. "건강해야 한다"고 아우를 다독이는 형의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이튿날인 20일, 가족들은 오전 9시 30분 시작된 개별상봉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상봉은 남측 가족의 숙소에 북측 가족이 찾아와 만나는 식으로 이뤄졌다.

북측 가족들은 버스 4대에 나눠 타고 이날 오전 9시 15분께 남측 가족의 숙소인 금강산 호텔에 도착했다.

전날 상봉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다시 만난 이들은 전날 첫 대면 자리에 감돌던 어색함을 덜어내고 한층 편안한 분위기 속에 마주 앉았다.

2시간여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가족들은 미리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전날 채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나눴다.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에게 방한복과 내의, 생필품, 의약품 등을 선물로 전했다.

북측 가족들은 '공동 선물'로 평양술과 백두산들쭉술 등을 준비했고 일부 가족들은 개별적으로 스카프와 식탁보 등도 챙겨왔다.

개별상봉에서 북측 외삼촌 도흥규씨(85)와 만난 남측 조카 이민희씨(54)는 "방 안에서 이야기하니 확실히 편하고 좋았다"면서 "같이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으러 가면 좋겠다"는 말로 쏜살같이 흘러가버린 상봉 시간을 아쉬워 했다.

북측의 사촌누나 강영숙씨(82)를 만난 남측 사촌동생 강정구씨(81)는 상봉일정이 끝나가는 게 아쉽다는 듯 "이렇게 한 번 씩 만나는 것 가지고는 (안 된다)… 개성이나 다른 데를 통해서 서신교환이 수시로 될 수 있도록 해야지"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족들은 이날 12시 30분 시작된 단체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상봉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나갔다.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간 여 진행된 식사 메뉴로는 북측에서 준비한 크림과자와 남새합성(야채모둠), 배추통김치, 닭편구이, 청포종합랭채 등 정갈한 한식을 비롯해 들쭉술, 대동강맥주, 배향단물(배맛 주스) 등 술과 음료가 한 상 가득 나왔다.

북측의 작은아버지 량만룡씨(83)를 만난 남측 조카 양옥희씨(59)는 "작은아버님께서 조카들한테 각자 짧은 글을 하나씩 남겨주셨다"면서 "'가족끼리 친절하게 잘 살아라' '잘 왕래하면서 살아라' 등의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식사가 끝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후 4시30분부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다시 2시간 동안 단체상봉 일정을 소화했다.

남측 389명, 북측 141명의 이산가족들은 첫 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금강산에서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단체상봉 등 3차례에 걸쳐 2시간씩 모두 6시간 만났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오전 9시30분 이산가족면회소에서 2시간 동안 마지막 작별상봉을 한 뒤 오후 1시30분 금강산을 출발, 5시20분 강원도 속초에 돌아온다.

july2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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