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

      2015.10.25 17:01   수정 : 2015.10.25 17:01기사원문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로 불리는 엘니뇨는 적도 일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섭씨 0.5도 이상, 많게는 10도까지 높아지는 기상현상을 뜻한다. 여름에는 이상저온과 폭우, 겨울에 이상고온이나 폭설 등을 가져온다. 엘니뇨는 '아기 예수'로 불리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무렵 자주 일어나 어부들이 집에서 쉴 수 있다는 데서 유래됐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확 달라졌다.
발생주기가 잦아지고 그 행태도 점점 못돼져간다. 바닷물의 흐름마저도 뒤집어 놓는다. 녹초가 되지 않은 생태계가 없다. 페루 연안에서 잡히던 '안초비'를 떼죽음시켜 세계 1위였던 페루 수산업을 몰락시켰다(1973년). 에콰도르에 때아닌 홍수를 몰고와 60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1982~1983년). 인도를 40도 이상의 고온지대로 만들어 약 25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1998년).

'엘니뇨-역사와 기후의 충돌' 저자인 로스쿠퍼 존스턴은 중국 명나라의 멸망은 1641년 발생한 엘니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명나라에는 혹독한 가뭄으로 굶어죽는 백성이 속출했다. 1812년과 1941년 각각 러시아 원정에 나섰던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폭설과 혹한에 갇혀 참패한 원인도 결국 엘니뇨 탓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엘니뇨가 역사를 바꾼 셈이다.

기상전문가들은 올겨울 슈퍼 엘니뇨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2.5도 이상 올라가면 슈퍼 엘니뇨라고 한다. 18년 만이다. 관측 역사상 두번째로 강력하다. 그 피해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는 가뭄과 폭염이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기록적 폭우가, 미국엔 토네이도 피해가 속출했다. 우리나라도 엘니뇨의 간접 영향을 받아 가뭄이 극심하다.

슈퍼 엘니뇨는 '괴물 허리케인' 퍼트리샤도 쥐락펴락했다. 퍼트리샤를 불과 30시간 만에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풍속이 시속 100㎞를 조금 넘는 열대성 폭풍을 멕시코 서남부 태평양 연안에 상륙할 때쯤 최고등급인 '카테고리 5'(5등급) 허리케인으로 만들었다.

요즘 세계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세계 주요 농산물협회가 슈퍼 엘니뇨 때문에 올해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농산물 가격 급등은 가공식품과 공산품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슈퍼 엘니뇨는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의 계절성 재해와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계경제에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
지금부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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