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식 자율 빅딜 더 나와야 한다
2015.10.30 17:45
수정 : 2015.10.30 17:45기사원문
여기에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이 그대로 반영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담겨 있다. 삼성이 과거 글로벌 회사로 키우려했던 화학 계열사를 매각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그룹의 사업구조를 슬림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했다는 의미다.
대신 IT 부문은 역량 강화를 통한 '집중'을 보였다. 실제 루프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삼성페이의 성공은 이 부회장식 인수합병(M&A)의 역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의 애물단지로 평가받던 타이젠 프로젝트도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맞춰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글로벌 기업은 단순한 원가 경쟁을 넘어 선도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그래서 M&A 등을 통해 활발하게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5년간 사업재편을 위한 M&A 실적 추이를 조사한 결과 구글은 154건, 소프트뱅크는 40건에 달했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 해외 기업에 대한 M&A를 독려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선제적 사업재편은 거의 실종 상태다. 이대로 가면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재편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노동, 공정거래 등의 규제 정비는 진척이 없다.
삼성, 한화, 롯데가 진행한 빅딜은 재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이런 빅딜이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면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과잉 중복 산업의 비효율성 등이 해소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화답할 차례다. 그 열쇠는 국회가 쥐고 있다. 계류 중인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일명 원샷법)을 조속히 처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