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2015.11.02 17:02
수정 : 2015.11.02 17:02기사원문
특히 2호선은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는 '꿈의 노선'으로 통한다. 수험생은 물론 이들을 지도하는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들의 '2호선 타기' 경쟁은 치열하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와 한양대 등 소위 명문대들이 2호선이 통과하는 주변 지역에 몰려 있다. 고급 아파트도 밀집해 있어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지하철 운행이 시작된 것은 1974년 일이다. 당시는 베이비붐과 산업화, 도시화의 물결을 타고 서울이 급팽창하던 시절이었다. 인구와 차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길은 비좁아 서울은 교통지옥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특히 대중교통의 중추 역할을 맡았던 시내버스는 승객을 짐짝처럼 취급해 악명이 높았다. 심각한 교통난을 해소하는 방법은 지하철 건설밖에 없었다. 서울 지하철은 현재 9개 노선에 총연장이 327㎞다. 런던, 뉴욕, 도쿄에 이어 세계 4위다. 마을버스와 함께 서울의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지하철이 됐다. 수송분담률은 38.8%로 버스(27.1%)와 승용차(22.9%)를 압도하며 서울 시민의 발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하철은 아직도 적자경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4000억원대의 적자가 난다. 적자경영의 주요인은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경로우대(무임수송)다. 적자경영에서 벗어나려면 경로우대 범위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노인계층의 반발과 선거 등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한노인회가 최근 노인연령을 20년 정도에 걸쳐 단계적으로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혜택의 당사자인 노인단체가 자발적으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지하철도 노선별 양극화가 심하다. 전체적인 적자경영 속에도 2호선만은 안정적 흑자 기반을 구축했다. 지난해에도 365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9호선은 흑자와 적자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나머지 7개 노선은 매년 적자다. 지하철 양극화가 해소될 날은 언제쯤일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