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장기화.. 아·나·바·다 정신으로 수자원 적극 관리해야
2015.11.05 17:25
수정 : 2015.11.05 22:18기사원문
논바닥은 갈라지고 개천과 저수지의 물고기는 허연 뱃가죽을 드러낸 채 수면 밖으로 밀려나온다.
도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공단에선 공업용수의 바닥으로 기계를 돌리지 못한다. 충청권 등 일부 내부지역은 수시로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있으며 집집마다 설치해둔 물탱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물이 없는데 별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가둬놓았던 전국 다목적댐의 수문을 열어봤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미 저수량이 줄어들면서 소양강댐, 충주댐 등 전국 다목적댐들은 용수공급 전망이 '주의'를 넘어 '경계', '심각' 단계까지 접어들었다. 가뭄을 해결할 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반복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구촌에 물이 줄어들고 있다. 말 그대로 '물 부족 시대'다. 그러나 지구촌은 이 상황이 오기까지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여기다 사회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세계적으로 물 사용은 늘어난다.
지구에 물은 많지만 정작 짜지 않은 '담수'는 몇 %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서 마실 수 있는 물까지 추려내면 물 부족 시대라는 단어가 절실히 와닿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대로라면 향후 가뭄과 물 부족으로 인한 이상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해법은 있다. 지구촌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이른바 물을 아끼고 재사용하고 물을 다스리는 절수·용수·치수사업이다. 제대로 성장시키면 정부의 정책은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탤 수도 있다.
■기후변화.인구증가.도시화→물위기
반복되는 가뭄과 물 부족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것은 지구촌의 기후변화다. 쉽게 말해 지구온난화로 가뭄과 홍수 발생 빈도가 늘어나 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5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최근 연평균 지구온도 최상위 10개연도 중 9개가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지난해는 지구의 육지와 해양온도 측정을 시작한 1880년 이후 가장 높은 연평균 온도를 기록했다. 20세기 전체 평균온도를 0도라고 잡았을 때 이보다 0.74도 높은 수치다.
여기다 세계인구는 1990년 53억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72억명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도시인구는 23억명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2025년엔 81억명, 2050년엔 95억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시인구는 63억명이다.
인구증가와 더불어 물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물 사용량의 증가다. 현재 지구촌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4억㎦이며 97.5%가 염수, 즉 소금기가 있는 물이다. 그대로는 마실 수 없다.
나머지 2.5%인 3500만㎦의 담수 중 70%는 빙하 혹은 눈이며 지하수는 29.7%, 하천.호수 등 지표수는 0.3%에 불과하다. 담수라고 모두 사용할 수는 없다. 재생 가능한 수자원은 담수의 1% 이하이며 총 수자원에선 0.01%뿐이다.
■물 재이용률 쿠웨이트 91% vs. 한국 12.6%
선진국들은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일찌감치 관련 대비를 해왔다. 이른바 '물 산업 육성'이다.
영국의 물 전문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07년 3620억달러에서 2014년 5568억달러로 올랐고 2025년엔 8650억달러(약 102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평균 4.9% 상승률이다.
한국의 물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219억달러(약 24조원)이며 공공부문이 83%, 민간부문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민간은 생수, 가정용 정수기, 산업용수 등을 말한다.
물 산업에서 대표적인 종목은 하.폐수 처리수를 정수작업을 통해 다시 쓰는 것이다. 세계 물 재이용 시장 역시 2009년 67억달러에서 2012년 95억달러를 거쳐 2017년엔 23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물 재이용 산업에 가장 앞서고 있는 나라는 쿠웨이트와 이스라엘같이 '처음부터' 물이 부족했던 국가들이다. 쿠웨이트의 물 재이용은 91%, 이스라엘은 85%에 달한다. 싱가포르는 35%, 이집트는 32%이다. 한국은 미국, 중국과 함께 20% 이하지만 이 중에서도 낮은 12.6%(2013년 기준)에 그쳤다. 72억t의 하수가 나온다고 가정했을 경우 9억t만 다시 쓰고 나머지는 그냥 내버린다는 의미다.
■새는 물 막고 다시 쓰고
물 재이용 사업을 살펴보면 우선 하수처리수를 세척수나 냉각수, 청소수로 활용하는 산업이 있다. 민간보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진행된다.
포항에 지난해 9월 준공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연중 일정하게 발생하는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재처리해 포스코 등 철강공단에 하루 10만t의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포항시 인구의 절반가량인 25만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생활용수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빗물 이용시설은 말 그대로 각 가정이나 사업체에서 빗물을 받아 가두는 시설을 설치한 뒤 조경이나 청소용수 등에 쓰는 것이다. 국내엔 크고 작은 업체들이 운영되고 있다. 빗물 이용시설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해 2013년까지 서울 465곳을 비롯해 전국 965곳에 설치됐다. 이들 시설의 연간 빗물 이용량은 920만4000㎥다.
중수도(상수도와 하수도의 중간)는 수돗물을 비슷한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내에 중소기업이 다수 있고 2013년 기준 431개소가 설치됐다. 중수도 연간 이용률은 빗물보다 높은 3억1340만7000㎥로 집계된다.
정부는 최근 물이 새는 것을 막고 아끼는 사업에 민간의 자본.기술력을 끌어들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 절약 전문업체(WASCO·와스코)다. 와스코는 기업이 수도시설 개선사업에 자기자본을 먼저 투자한 뒤 이후 절감된 수도요금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현재 등록된 물 절약 전문업체는 전국적으로 50여곳에 달한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최근 강원도·영월군 노후 상수도관망을 정비해 2540만t의 누수량을 절감한 것도 비슷한 성과"라며 "물 부족을 해결하는 사업에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