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내 아이를 위한 네트워크 CCTV "인권 침해" vs. "아이 안전위해 필수"
2015.11.15 17:54
수정 : 2015.11.15 19:59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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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봐줄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맞벌이 부부 사이에선 '네트워크 CCTV' 설치가 필수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어린이 폭행 등 흉흉한 사건이 잊을 만하면 일어나고 있는데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CCTV 설치를 반대하는 베이비시터는 채용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예상대로 인터넷에는 "24시간 감시는 인권침해다. 최소한의 믿음 없이 아이를 맡기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비난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면서 CCTV 설치가 아이의 안전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두 살짜리 아이를 둔 직장인 김은영씨(33·가명)는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는 베이비시터에게도 미안하고, CCTV로 감시(?)하는 것도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CCTV 설치가 정답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는 네트워크 CCTV에 대한 부모, 베이비시터, 어린이집 교사 등 다양한 입장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봤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와 티브로드 등 케이블업체들은 네트워크 CCTV를 판매하고 있다.
네트워크 CCTV는 일반 CCTV와 달리 인터넷에 연결돼 PC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기기에 화상을 실시간 송출할 수 있는 감시카메라다. 별도의 녹화기가 없어도 카메라만 설치해 놓으면 실시간으로 편하게 지정 장소를 살펴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B홈 CCTV 안심캠, KT는 기가홈캠, LG유플러스는 맘카1.2를 서비스 중이며 월 7000원 안팎의 사용료를 내면 부모가 직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집안에 있는 아이가 활동하고 있는 공간을 언제나 지켜볼 수 있다. 화면캡처 기능이 있어 필요한 화면을 저장해 둘 수 있고, 음성인식, 카메라 각도조절이 가능하다.
■"아이 안전은 물론 보고싶을 때 대화도"… 네트워크 CCTV 찬성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 수요도 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메워 줄 대안으로 네트워크 CCTV가 필수장치로 부상하고 있다. 네트워크 CCTV를 설치하는 이유는 각각 다르다. 베이비시터가 혹시 아이에게 해를 가할까 걱정하는 마음에 감시용(?)으로 설치하는 부모도 있지만, 베이비시터는 믿지만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네트워크CCTV를 설치하는 부모도 많다.
직장인 엄마인 이은혜씨(39·가명)는 "네 살짜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일일이 파악해야 아이를 교육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어린이집에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며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단 아이의 생활을 보고 싶은 마음에 CCTV를 열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같은 이유로 집에도 네트워크 CCTV 설치를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직장인 엄마 박효주씨(31·가명)는 "모든 베이비시터나 어린이집 교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가끔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인다는 이야기도 있어 불안한 마음에 집에 네트워크 CCTV를 설치하게 됐다"며 "실제로 아이가 아플 때 시터와 문자나 전화 통화를 하기보다 직접 CCTV로 살펴보니 훨씬 안심이 되고 대응도 신속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 돌보는 사람의 인권도 보호해야"… 감시사회 반대
네트워크 CCTV를 설치하도록 해달라는 부모들의 요구에 대부분의 베이비시터는 감시받는 기분에 꺼려지지만 이를 거절하면 일을 하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하고 있다.
경기 고양 일산의 한 맞벌이 부부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김영숙씨(51·가명)는 "처음 부모 측에서 거실과 아이방에 모두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거실이나 방 한 곳에만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옷을 갈아입거나 통화를 하는 등 개인 생활까지 완전히 침해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베이비시터나 어린이집 교사 그리고 일부 부모들도 네트워크 CCTV 설치는 안전하게 아이를 맡기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베이비시터는 "CCTV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모두 일을 해보았는데, CCTV가 있는 경우 아이에게 접촉을 하는 것 하나하나 신경을 쓰게 되더라"며 "부모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아무래도 진심으로 아이를 대하게 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도입은 위험 소지 커"
최근에는 네트워크 CCTV를 가정집을 넘어 어린이집 등 부모와 떨어진 아이가 머무르는 공공기관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어린이집 대부분 CCTV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 중 네트워크 CCTV는 6.1%(3108대), 나머지 93.9%(4만 8236대)는 일반 CCTV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일반 CCTV가 아닌 네트워크 CCTV를 설치하는 건 아직까지 인권침해 소지가 더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공기관 설치는 교사는 물론 아이들의 인권도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구립 어린이집 교사는 "일부 교사는 오히려 아이가 다치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인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네트워크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렇게 표면적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러 명의 교사와 수십명의 아이들이 공동생활하는 공간을 모든 부모들이 보게 된다면 단순히 교사의 인권침해를 넘어 아이들 개개인의 인권도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다섯 살 딸 아이를 둔 직장인 아빠 김철민씨(36·가명)는 "가정이 아닌 공공기관의 네트워크 CCTV는 오히려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위험한 듯하다"며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 성향이나 얼굴을 외부인이 파악할 수 있게 될 듯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