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년, 제2의 정주영을 보고 싶다

      2015.11.23 16:57   수정 : 2015.11.23 16:57기사원문
아산 정주영 탄생 100년(25일)을 맞아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다. 현대차.현대그룹을 세운 정주영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과 함께 한국 재계의 양대산맥이라 할 만하다. 정주영은 초등학교만 나와 소 판 돈 7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83세(1998년)엔 소떼를 몰고 방북했다. 정주영의 삶은 그 자체가 드라마였다.

정주영의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엔진에 바퀴와 핸들만 단 싸구려차' 소리를 듣던 국산차 포니는 명품 제네시스로 진화했다. 허허벌판 백사장에서 출발한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소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현대건설은 중동 모래사막에서 '건설 한국'의 공든 탑을 쌓아올린 일등공신이다. 서울올림픽(1988년)을 유치하고 금강산 관광의 물꼬를 틀 때도 정주영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정주영의 업적일 뿐이다. 사실 정주영의 위대함은 보이지 않는 데 있다. 그것은 불굴의 기업가정신이다. 정주영의 어록에 그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봐 해 봤어"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라"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든 회의나 불안은 단 1%도 끼워넣지 않는다"는 말은 듣는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하지만 정주영 사후 한국 경제에선 시나브로 기업가정신이 희미해졌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2위에 그쳤다. 최근 민간기업 암웨이가 발표한 기업가정신지수(AESI)에서도 한국은 44개국 중 28위(44점)에 불과했다. 44점은 세계평균(51점)이나 아시아평균(64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반면 알리바바 등을 배출한 중국은 79점을 기록했다. '늙은' 일본은 19점으로 꼴찌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이 인식하는 한국 경제의 나이는 평균 50.8세로 나타났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성숙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51세'는 분명 조로다. 우리보다 훨씬 성숙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정주영 같은 혁신 기업가들을 끊임없이 배출한다. 스티브 잡스(애플),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일론 머스크(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제2, 제3의 정주영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규제개혁이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
한편 젊은 창업자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주영의 도전 정신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는 일절 핑계를 대지 않았다.
이 핑계 저 핑계 늘어놓는 이들에게 정주영은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봐, 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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