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웃돈에 거래되는 인기 장난감 "아이가 눈물로 애원하는데 살수 밖에"

      2015.12.06 18:50   수정 : 2015.12.06 20:09기사원문
"요즘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장난감 '터닝메카드'를 한 대형마트에서 한정수량으로 팔고 있어 아버님이 아침 일찍 가서 겨우 하나 구했어요. 그것도 원하는 모델은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있어서 사지 못했습니다."(30대 맞벌이 엄마 최모씨)

"터닝메카드는 종류가 30가지가 넘어요. 그중에서도 아이가 특별히 가지고 싶어하는 모델이 있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서 구하지 못하다가 오픈마켓에서 웃돈을 얹어주고 겨우 구했어요. 정가는 2만원도 안되는데 구입에 4만원 넘게 썼습니다."(40대 주부 이모씨)

"일곱살 난 아들이 갖고 싶다는 장난감을 어디서도 구할 수 없어 고민했는데 전철역 주변에서 발견했어요. 진품은 아닌 것 같은데 아들녀석이 하도 성화여서 가짜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줬죠."(30대 아빠 김모씨)



한국사람은 둘 이상 모이면 정치 얘기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어린아이를 둔 엄마 둘 이상이 모이면 유행하는 아이장난감 얘기 일색이다.

아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특정 장난감을 구한 엄마는 구입과정 얘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
패션에도 트렌드가 있듯이 장난감에도 트렌드가 있어 유행하는 제품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맞벌이가구는 할머니·할아버지까지 동원해 마트 앞에서 새벽 줄서기에 나서는 건 이제 흔한 일이다. 인터넷몰에서 웃돈을 얹어주고 제품을 구하기도 하고, 모조품인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엔 자녀들 선물 준비하느라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장난감 자체가 워낙 비싸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술을 앞세운 한정판매를 해 아예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간다.[관련기사] 불친절한 택배서비스 이유는? 출혈경쟁·고객갑질에 3D·기피업종 전락 내 아이를 위한 네트워크 CCTV "인권 침해" vs. "아이 안전위해 필수"
■자녀 장난감 놓고 부모들 스트레스 가중

여덟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주부 이모씨는 최근 아이 장난감 문제로 남편과 다퉜다.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을 마트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오픈마켓에서 2배가 넘는 가격에 산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하고 사실 친구들은 대부분 갖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또래와 어울리려면 친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자신도 상술에 놀아나는 것 같아 화가 났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바가지라는 걸 알면서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편은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아이가 갖고 싶어한다 할지라도 정가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주고 사는 것은 도를 넘은 행위라는 얘기다. 그는 아이가 갖고 싶어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자제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들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줘야 할까. 장난감 가격은 해가 갈수록 급등세다. 장난감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레고 시리즈도 대표제품은 대부분 5만원을 훌쩍 넘고 10만원이 넘는 제품도 흔하다. 지난해 인기를 끈 티라노킹은 정가가 7만5000원, 오픈마켓에서는 20만원대에 판매됐다.

지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터닝메카드 시리즈는 제품 하나의 가격은 2만원이 채 되지 않지만 30여개나 되는 시리즈를 다 모으려면 금액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제때 구하지 못해 웃돈까지 주고 산다면 부담은 훨씬 커진다.

■아이 하나인데 vs. 교육 차원 고려해야

특히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는 아이의 장난감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선물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선물을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 부담을 느낀다면 좋은 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녀와 약속을 통해 합리적인 선에서 선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급하게 준비하다 보면 유통업체의 상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살 수밖에 없고 아이들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자녀에게 지나치게 비싼 선물을 사주면 다른 부모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아이들과 미리 상의를 해서 부모들이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타협하는 것이 좋다"며 "부모 경제력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비싼 선물은 아이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문제가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자녀 수가 줄면서 과도하게 아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주는 측면이 있는 만큼 일정 선에서 자신의 욕구를 자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승호 숭실대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아이들에게도 소비 교육이 필요하다"며 "소비는 내가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인데 남 눈치 보며 억지로 쫓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현명한 소비의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인 만큼 학교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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