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못버틴 중동 국부펀드들 3분기에만 22조원 빼내

      2015.12.07 10:35   수정 : 2015.12.07 10:35기사원문
석유를 팔아 돈을 벌었던 중동 국부펀드들이 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빠르게 거둬들이고 있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자국 경제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전세계 5대 국부펀드 중 4개가 중동펀드다. 유가는 1년새 반토막났다. 지난해 중순 배럴당 100달러(6월20일 107.26달러)를 넘었던 유가는 현재 4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이베스트먼트의 조사를 인용, 올해 3·4분기 동안 중동 국부펀드들이 자산운용사에서 회수한 자금은 최소 190억달러(약 22조154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애버딘의 마틴 길버트 CEO(최고경영자)는 "유가 하락이 지속하면 국부펀드들의 더 많은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세계 4위 국부펀드인 사우디아라비아금융청(SAMA)은 올들어 700억달러의 자금을 회수했다. 원유 판매로 전체 정부수입의 80%를 조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올해 재정적자는 사상최고치인 13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는 규모다.

자금 유출 속도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모간스탠리 추산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 2·4, 3·4분기에만 국부펀드 자금 31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와 관련 블랙록은 확인을 거부했다.

일부 운용사는 자금 유출 규모가 훨씬 크고 속도도 빠를 것으로 FT는 내다봤다. 국부펀드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들은 타격이 크다.

애버딘 어셋매니지먼트, 노선트러스트, 프랭클린리소시스, 올드뮤추얼 어셋매니지먼트 등 유럽계 운용사들도 마찬가지다. 자산 규모로 유럽 3위 운용사인 애버딘은 지난 3·4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부펀드들의 자금 회수 속도가 올해 말까지 현 수준으로 이어지면, 자산운용사들의 올해 수익률은 4.1% 정도 떨어질 것으로 모간스탠리는 예상했다. 중동 국부펀듸 자금 회수는 운용사들의 수익률 문제만 아니다.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위축시키는 불안요인이다. 내년에도 '중동펀드 엑시트' 여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중동 국부펀드 자금 유출에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이동까지 대비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올해 내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계속됐고,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가 현실화되는 상황까지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부펀드협회(SWFI)의 마이클 마듀엘 회장은 "중동국가의 자금 회수는 펀드산업에 매우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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