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투자일임' 증권 '법인지급결제' 빅딜
2015.12.15 17:45
수정 : 2015.12.15 22:05기사원문
은행들은 투자일임업을 통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자산관리(WM)분야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증권사들은 대기업 자금 등을 직접 유치해 은행만의 고유 영역인 기업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자산관리(WM)분야 강화
15일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은행의 투자일임업과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기능을 서로 맞바꾸는 방향으로 결론을 낼 것"이라며 "금융업의 경쟁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금융당국은 '국민재산 늘리기 태스크포스(TF)'에서 증권사의 지급결제 범위를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었다.
은행들은 적극 찬성이다.
최근 수익성 창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들은 투자일임업이 허용되면 자산관리 분야를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수료 수입 확대 차원이 아니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투자일임업이란 고객 자산을 금융회사가 모두 위탁받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 상품으로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있다. 현재 증권사 중 투자일임 수수료가 가장 많은 곳은 KDB대우증권으로 올 9월말까지 규모는 200억원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 전체 수수료는 1000억원도 안되는데 은행들이 이 수수료를 빼앗아 오려고 투자일임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고객접점이 증권사보다 넓은 은행이 이 업무를 하면 파급력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시중은행 연구소 관계자는 "은행들의 PB센터 문턱이 낮아지고 있고 국내 은행 지점이 7000여개가 되기 때문에 증권사 하는 것보다는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당장 수수료 문제가 아니라 이 업무를 하게 되면 자산관리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 노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증권사, 기업의 자산관리까지 노린다
증권사들의 지급결제 범위가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기업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새로운 기관영업의 길이 열릴 전망이다.
기업이 은행예금으로만 예치하던 현금성 자산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예치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의 자산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기업의 자금을 예치해도 예금과 신탁상품으로밖에 관리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증권사는 CMA를 통해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증권사가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을 운용할 수 있어 기업의 수익률 제고까지 관리해줄 수 있다. 또 기업들간의 인수합병(M&A)에서도 증권사들이 기업들의 자금과 함께 인수금융을 주도할 수 있는 구조도 구상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지급결제가 기업으로 확대되면 기업의 주거래계좌를 놓고 은행과 증권사간의 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은행의 계좌이동제에도 증권사가 참여해 개인과 기업의 주거래계좌를 유치할 수 있다. 기업의 주거래계좌를 확보하면 월급통장은 물론 기업의 자산관리까지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월급통장이 CMA로 바뀌면 직장인들의 자산관리도 원스톱으로 가능해진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예금 뿐 아니라 환매조건부채권(RP)와 CMA도 포함되기 때문에 증권사의 ISA 전략이 힘을 실어줄 수 있다.
CMA로 월급을 받으면 증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와 ISA를 통해 다양한 투자상품에 투자하면서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