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일수록 R&D 늘려야

      2015.12.21 17:50   수정 : 2015.12.21 17:50기사원문

"조선업계는 언제 괜찮아진답니까."

최근 조선업계를 담당한다고 하면 항상 듣는 말이다. 지인 중 한 사람은 "해양플랜트 수주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 조선 대형 3사 중 한 곳에 주식을 투자했는데, 지금 이게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곤 덧붙였다. "요즘 애들이 헬조선(hell 朝鮮)이라고 하던데, 정말 헬조선(hell 造船)이네."

이런 반응을 마주할 때면 "아직 출입한 지 두 달도 안 돼 잘 모르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이내 꾹꾹 눌러 담고 지금까지 만난 전문가.업계 사람들의 말들을 머릿속에 주욱 펼쳐놓는다. 그리곤 그 무게를 가늠해 그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의견들을 곱씹어 전한다.


"지금의 적자는 해양플랜트 때문이다. 2~3년치 물량이 남아있는 상황에다 저유가가 계속되면 당분간 회복이 힘들 것이다. 다만 상선분야는 아직 업황이 살아나지는 못했지만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다들 의외라는 반응이다. '사상 최악의 적자' '최악의 영업실적' 등 긍정적 내용의 기사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조선업계 수식어다. 올 3.4분기까지 대형 3사가 기록한 적자만도 7조원에 달하며 대우조선해양과 많은 중소조선소가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턱밑까지 도달했다는 말은 이제 지겨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상선은 정말 괜찮다고? 일찌감치 탈조선해야 하는 거 아냐?

중국은 아직까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는 한국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낮은 기술력으로도 건조가 가능한 벌크선 위주로 수주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는 공급과잉으로 지난해에 비해 벌크선 시황이 좋지 않아 중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11월까지 897척을 수주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57.4%나 급감한 382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한국은 올 11월까지 254척을 수주해 예년의 284척보다 약간 감소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선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조선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은 1980년대 시황이 나빠지자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거 퇴출시켰다. 이후 시장이 다시 커지면서 선주들의 새로운 요구가 쏟아지자 R&D인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인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최근 과도한 적자로 대형 3사 모두 지난해 대비 R&D비용이 줄었다. 불황일수록 R&D에 투자해야 앞으로 다가올 호황에도 여전히 한국 조선업계의 위상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eco@fnnews.com 안태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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