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무성했던 논쟁... 빈약한 결론

      2015.12.23 18:26   수정 : 2015.12.23 18:26기사원문
숱한 논란으로 얼룩졌던 2015년 법조계. 그러나 '결론 없이 논쟁만 무성했던 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올 한해 법조계를 뒤흔든 논쟁거리를 짚어본다.

■상고법원 논란

상고법원은 지난해부터 대법원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다. 한해 4만건에 달하는 상고사건 가운데 상당부분을 상고법원이 담당하고 대법원은 중요사건만 처리토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대법원에 쏠린 재판업무를 분산시켜 정책법원으로서 기능을 회복시키고 상고사건의 빠른 처리를 위해 추진됐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연내 도입이 유력했지만 대한변협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데다 한때 상고법원 설치에 우호적이었던 야권마저 반대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이번 국회에서는 사실상 추진이 어렵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유죄확정판결 한 대법원이 원세훈 국정원장 대선개입사건에서는 무죄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 야권이 입장을 바꾼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법시험 존폐 논란

2015년 하반기 법조계는 사법시험 존폐를 놓고 거센 논쟁에 휘말려 끝없는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 논쟁은 오래 전부터 계속됐지만 지난 2월 '사시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대한변협 하창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변협은 로스쿨 제도를 '현대판 음서제'로 몰아 붙이면서 '계층이동의 사다리'인 사법시험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로스쿨 측은 '사법시험은 고시낭인만 양산하는 구닥다리'라면서 "구한말 과거제가 폐지되자 반발한 유생들 같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당초 단순한 이해대립으로 비치던 갈등은 사시 준비생과 로스쿨 재학생 간의 논쟁이 격화되면서 법조계 전반에 감정다툼 양상으로 비화됐다. 여기에 법무부가 갑작스럽게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사시 준비생들은 공개삭발을 감행하고 이에 맞서 로스쿨생들은 시험과 학사일정을 거부했으며 변협 집행부를 탄핵하겠다는 로스쿨측 변호사들에 맞서 '서류유출 의혹'을 제기한 변협집행부가 검찰수사를 의뢰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통상임금 논란

2013년 12월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대해 '소정시간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정기성), 일률적(일률성), 고정적(고정성)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통상임금을 정의했다. 다만 노사간 합의가 있고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 신의칙에 따라 소급청구를 배제할 수 있다는 예외를 뒀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를 경영상 어려움으로 봐야 하는지, 신의칙은 어느 선을 말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못해 노사 혼란을 키웠다. 한국GM(직원 패소)과 한국남부발전(직원 승소) 등에서 이와 관련해 노사간 법정공방이 이어졌지만 승패가 엇갈리면서 혼란은 오히려 커졌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 10월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의칙'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맥빠진 檢 수사...포스코·방산비리

대형 검찰이슈가 많았던 올해, 그러나 검찰 역시 국민적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작은 요란했으나 결과가 따라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로비 메모'로 충격을 줬던 '성완종 리스트' MB정권 실세를 겨냥했던 '포스코 비리' 합참의장까지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던 '방산비리' 등이 대표적이다.

수사 착수 8개월만에 중간 결과가 발표된 포스코 비리는 정경유착 구조라는 고질적 문제점을 파헤쳤다는 평가에도 딱 부러진 결과를 내놓지 못해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판이 거셌다.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67)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63) 등 의혹의 정점에 있는 핵심 인물들은 불구속 기소된 반면 실무진은 대거 구속됐기 때문이다.

원전비리 수사를 성공으로 이끈 김기동 검사장을 정점으로 한 방산비리 수사도 생각보다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까지 기소됐지만 비리의혹이 많이 쏠린 육군은 수사선상에서 제외되고 해군만 집중포화를 받았다는 점에서 '육해군 3군 사이의 알력만 드러난 수사'라는 혹평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조상희 이승환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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