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도 없이 일한 20대女 사망...대법 "지병 있었으니 산재안돼"
2015.12.27 09:51
수정 : 2015.12.27 09:52기사원문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김모씨(사망당시 29세)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은 한달 정도 휴일없이 근무하기는 했지만 통상 오후 8시 이전에는 퇴근했고, 사망원인이 된 '뇌동맥류'를 지병으로 앓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이 판결했다.
김씨는 2012년 9월6일 회사에 출근한 뒤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가 병원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치료가 시작됐지만 닷세 뒤 김씨는 '뇌실내출혈'과 '박리성 뇌동맥류'로 숨졌다.
유족들은 김씨가 숨지가 석달 전부터 과로를 했고 마지막 한달 동안은 휴일도 없이 일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특히, 그 기간 동안 2인1조로 함께 일하던 선배가 자격시험을 준비하게 돼 업무가 김씨에게만 집중됐고, 업무가 가중되면서 상사의 질책도 잇따르는 등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유족들은 소송을 냈다.
1심은 "숨진 김씨에게는 뇌실내출혈의 원인이 된 뇌동맥류가 이전부터 있었고 사망 무렵 근무환경 등이 박리성 뇌동맥류의 파열 등을 통한 뇌실내출혈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항소심)은 1심의 판단과 달리 김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법원은 "원래부터 뇌동맥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과로로 인해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실내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숨지기 직전가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양적·질적으로 증가했다면 기존질환이 있었더라도 업무 때문에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로가 기존 질환인 뇌동맥류를 급격히 악화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항소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숨진 김씨가 뇌동맥류를 지병으로 앓고 있었고 퇴근시간이 8시 이전이어서 특별히 심한 과로를 한 것은 아니며, 업무가 몰리기는 했지만 업무에 숙달된 직원이어서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