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럽간첩단 사건' 연루자들에게 무죄선고... 사형집행 43년만에 누명벗어
2015.12.29 13:14
수정 : 2015.12.29 13:14기사원문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1972년 사형당한 고 박노수 교수(1933∼1972)와 김규남 의원(1929∼1972, 당미 민주공화당 현역 국회의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은 "재심 대상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했다.
유럽간첩단 사건은 외국에서 유학 중 동베를린(동백림)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1969년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유학생이었던 박 교수는 당시 케임브리지대학에 재임 중이었고 박 교수의 대학동창인 김 의원은 현역 의원이었다.
박 교수 등은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뒤 재심을 청구했지만 1972년 사형이 그대로 집행돼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중앙정보부가 영장도 없이 피해자들을 체포해 고문과 협박으로 자백을 받아냈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후 유족들은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맡았던 서울고법은 "수사기관에 영장없이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강압적인 수사에 의해 진술을 한 것이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과거 권위주의 시절 법원의 형식적인 법 적용으로 피고인과 유족에게 크나큰 고통과 슬픔을 드렸다"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과 함께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사과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