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돕고 사무실 빌려주고..스타트업의 '상생'
2015.12.29 18:45
수정 : 2015.12.29 18:45기사원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이 각각의 서비스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협력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공동 사무공간을 마련하는 등 상생모델을 만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나 창업지원기관의 도움을 받는 대신 사업적 관련이 있는 업체들이 모여 자생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물론 투자와 사무공간 임대 사업이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위해 투자자금과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창업열기를 불러 일으키겠다고 나선지 3년여만에 스타트업들이 스스로 창업 생태계 조성의 주체로 나서면서, 국내에도 스타트업 중심 창업 생태계가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서비스로 자금.사무공간 확보
29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개인간거래(P2P) 금융 스타트업 '8퍼센트'는 '소상공인 전용'과 '스타트업 임직원' 투자 상품을 통해 스타트업들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차량공유업체 '쏘카(SOCAR)'와 사무공간 임대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는 각각 13억원과 8억원의 자금을 8퍼센트를 통해 조달했다. 또 숙박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야놀자'와 웹툰 유료 콘텐츠 사이트 '레진코믹스', 온라인 레고 대여서비스 '레츠고' 등도 8퍼센트에서 사업자금을 모집했다.
8퍼센트 관계자는 "스타트업 등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법인대출은 자금조달과 함께 업체 홍보 효과도 있다"며 "최근엔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에 비해 제1금융권 대출 승인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스타트업 임직원 대출'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패스트파이브는 8퍼센트에서 투자 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최근 서초점과 미드타운점(서울 역삼), 테헤란점(역삼)의 문을 열었다. 이른바 '사무공간'을 빌려주는 패스트파이브는 입주기업으로부터 보증금이나 관리비 대신 월 단위의 멤버십 비용만 받고 있다. 또한 사무실 책상이나 의자, 복합기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스타트업은 사무실 마련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 없이 바로 입주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KTB네트워크로부터 지난 8월 총 13억원을 투자받은 빅데이터 감정분석 전문업체 '스캐터랩'이 패스트파이브에서 출발한 대표 스타트업이다. 또 제일기획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모바일 광고업체 '텐핑'과 꽃 배송 서비스 '원모먼트' 등도 패스트파이브에서 시작했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1~3호점을 모두 합치면 약 400여석이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공실률은 1% 정도로 팀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스위트'는 대기 리스트를 활용해 운영할만큼 입주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스타트업과 동고동락' 엔젤투자자 역할 강화
엔젤투자자도 진화하고 있다.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물론 경영노하우를 전수하며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 대표적으로 티켓몬스터와 미미박스, 비트파인더의 최초 엔젤투자자인 노정석 파이브락스 CSO(보안담당 최고책임자)는 투자한 스타트업과 기업설명회(IR)도 함께 하며 성공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가는 연쇄창업가로 유명하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와 이택경 매시업엔젤스 대표 등도 '스마트 엔젤'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즉 스타트업이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나 벤처캐피털(VC),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 합류하기 전에 만나는 민간 엔젤투자자들의 역할도 날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스타트업 업체 관계자는 "최적의 팀을 꾸리고 후속투자를 유치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등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분야를 자신의 창업경험과 맞물려 세세하게 도와줄 수 있는 게 엔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