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송 전문 박 환 성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2016.01.06 17:21
수정 : 2016.01.06 17:21기사원문
지난 2009년 미국 최대 벌크용접봉 제조업체인 링컨일렉트릭이 현지 법원에 현대종합금속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냈다.
하지만 링컨은 6개월 만에 소송을 취하했다. 소송이 싱겁게 끝난 이유는 미국의 특수한 증거수집 제도인 '디스커버리(소송 상대방에게 증거자료가 될만한 문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 때문이다.
당시 현대측 소송을 대리했던 박환성 변호사는 현대가 보유한 각종 자료를 검토한 끝에 수년 전 링컨이 현대를 인수하려다 무산된 사실을 발견했다.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상대방이 부정직(firvolous)한 소송을 제기했다는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미국 민사소송규칙상 특허침해에 충분한 증거를 갖고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정직의 의무에 반했던 링컨 측은 소송을 취하하고 현대 측에 합의를 요청했다.
법무법인 광장 박환성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사진)는 미국소송 전문 변호사다. 미국소송을 주로 맡다 보니 미국의 특수한 증거수집제도에도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높아졌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생소한 '디스커버리'에 대해 박 변호사는 "언젠가는 도입될 제도"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재판에서는 '증거의 비대칭성'이 심하기 때문에 소송 초기단계에서 디스커버리를 도입할 필요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소송 당사자 간에 증거자료의 차이가 소송의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컨대 기업 대 개인 간 소송의 경우 엄청난 규모의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소송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송 상대가 갖고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가 도입되면 증거자료 비대칭성을 해소해 더욱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변호사는 현재 미국의 디스커버리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단적인 이유는 '돈' 문제다. 서류나 전자문서 등 광범위한 범위를 증거자료로 채택하고 있는 미국 디스커버리를 도입할 경우 엄청난 소송비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활용이 가능한 한국식 디스커버리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지론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디스커버리는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된 변호사들이 소송을 준비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모으고 검토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변호사 선임료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변호사 선임료 수준에도 부담을 느끼는 개인들이 미국식 디스커버리를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가 우리나라 소송제도에 언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지금부터라도 한국 로펌과 변호사들이 디스커버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후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을 대비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 부쩍 늘고 있는 미국소송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박 변호사는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외국 회사들이 미국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없는 디스커버리를 위해 미국 로펌을 이용하면서 소송에 비효율적인 측면도 많고 한국 로펌에 소송을 전적으로 맡길 때와 비교해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