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시진핑 핫라인 불통 왜?

      2016.01.11 17:27   수정 : 2016.01.11 22:20기사원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 간 핫라인이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닷새가 지나도록 가동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과 전략적인 경쟁관계를 이어가느라 대북제재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 경사론'도 불사하던 우리 정부의 대중외교 회의론도 거론된다.

■中, 북한 놓고 딜레마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한껏 격앙된 듯했지만 국제사회 여론이 비난으로 들끓자 다시 소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이 세 가지는 상호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면서도 "다른 국가들도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며…긴장국면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 핵도발이 국제사회 평화 질서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원유 공급중단 등 고강도 제재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 견제'를 지향점 삼아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이 예고 없는 도발을 단행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북한 핵실험 대응조치로 지난 10일 한반도 상공에 전격 전개된 미국의 전략무기 B-52와 관련해서도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절제하고 긴장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동안 중국은 혈맹관계를 앞세워 북한의 우방국가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이런 중국이라도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란 공통된 인식이 워낙 강해 북한을 옹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중국이 계속 모호한 태도를 이어갈 경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력 약화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력 있는 대북제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韓, 고도화된 대중외교 절실

중국의 미지근한 태도는 박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도발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즉각 전화통화를 하며 대북제재 강화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과 대조적이다.

11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북한 4차 핵실험 대응과 관련, 핫라인 가동 여부와 전망에 대한 질문에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중국 경사론' 우려마저 감수하며 노골적으로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왔던 정부다. 특히 지난해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참여를 놓고서는 '망루 외교'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를 본 미국 외교안보가에선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에 더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내놨다. 중국에 무게를 둔 외교는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협조가 중요한 만큼 우리로서도 나름의 전략을 갖고 움직인 결과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중국의 모호한 반응을 토대로 보면 "공들인 대중외교 성과가 이것뿐이냐"는 비판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대중외교 실패'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한 차원 고도화된 대중외교 전술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 북한을 자제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행동을 통하지 않고 중국에 열심히 해달라고 말하면 '열심히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반응밖에 못 얻는다"고 지적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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