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허위신고 대폭 줄었지만 아직도..

#1 자정 넘어 A경찰서 상황실에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는 문자가 수신됐다. "지금 공설운동장 인근 화장실이에요. 도와주세요. 급해요" 경찰은 시간·장소·문자 내용 등으로 미뤄 강력사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급하게 출동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해보니 소주병과 치킨 뼈만 있고 신고자는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은 강력사건이라 판단, 증원을 요청하고 일대 수색에 들어갔다. 1시간여가 지났을 무렵 문자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경찰 휴대폰에 한 문자가 수신됐다.

"여자 친구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해서 화장실에서 문자 보냈어요. 지금은 집에 들어왔어요. 수고하세요."

#2 지난달 19일 오후 9시께 B경찰서 상황실에 자신을 비관하는 문자 한 통이 들어왔다. "○○아 아빠가 미안하다. 아무것도 없이 엄마 만나 전부 고생만 시켰다… (중략) … 정말 미안하고 능력없고 소심한 사람과 사느라 고생많았다. 그리고 엄마 아빠, 자식 먼저 떠납니다. 올 여름에 가족여행 가고 싶었는데… 모두 미안하다. 그리고 서운하다." 해당 문자를 수신한 경찰은 신고자 위치를 추적, 신병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신고자 최모씨(32)는 술을 마시던 중 아내와 다툰 뒤 홧김에 신고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최씨에게 장난전화 통고처분 조치했다.

■SMS 긴급신고↑ 허위신고↓

최근 112 신고전화를 비롯해 문자메시지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 SMS(단문메시지서비스)를 이용한 112신고가 가능해지자 긴급 신고가 급증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MS를 통한 허위 신고는 급감하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문자메시지를 통해 접수된 긴급신고는 2013년 15만789건에서 2014년 20만8984건, 2015년 29만5536건으로 증가했다.

신고가 급증하면서 이들 사례와 같은 민원 및 허위신고 등에 대한 경찰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경찰은 늘어나는 허위신고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허위신고 종합근절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13년 242건에 달하던 허위신고가 2014년 49건, 2015년 59건으로 대폭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문자와 사진을 통한 신고건수가 급증했다"며 "2013년 허위신고 종합근절대책을 통해 엄정하게 대응, 문자메시지를 비롯해 전화를 통한 허위 신고도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소송까지 강력 대응"

특히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은 2014년 5월 경범죄처벌법이 개정되면서 한층 강화됐다.

기존 '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태료'에서 '6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태료'로 상향됐다.

또 허위신고 내용이 중하거나 상습 허위·장난신고자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해 5년 이상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형과 민사소송을 병행하는 등 허위신고자에 강력 대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더라도 신고자가 강력히 경찰관 출동을 원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등 경찰력 낭비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이같은 신고남발 및 허위신고는 경찰의 사기저하, 출동시 발생하는 경비 소요 등 재정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mail]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