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은 기간산업.. 국가경쟁력 위해 제대로 된 지원 필요

      2016.01.24 17:11   수정 : 2016.01.25 02:03기사원문
읍참마속(泣斬馬謖).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양대 국적선사의 자구노력이 충분치 않으면 한 곳 정도는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던진 말이다. 이후 현대상선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설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현대상선은 자구책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산업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해운업이 구조조정 도마에 오른 지 오래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해운업 불황으로 2013년 양대 선사는 선제적 자구안을 마련, 100% 이상 초과달성 성적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정부 정책에 근원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구안 착실히 이행한 해운업계…정책당국도 책임 있어

해운업은 글로벌 물동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 경제에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현재 해운운임지수는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화물선 업황을 나타내는 대표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2년 전만 해도 1000선이었지만 현재 300선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450에 머물고 있다. 1년 새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13년 자구안을 마련할 때만 해도 정부나 선사 모두 자구안을 모두 이행할 때쯤 글로벌 해운 시황이 되살아 날 것으로 예상했다. 양대 선사는 자구책 이행으로 약 5조원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아직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업체들 경영전략에도 잘못이 있겠지만 금융당국도 자구안 이행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 결과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해운업계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지원은 없다 vs. 실질적 지원 없었다

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은 더 이상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과거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시작으로 해양보증기구,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 선박은행 조성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원규모가 부족하고 실효성은 떨어졌다.

특히 이 중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기업이 만기도래 채권을 상환하기 어려울 경우 먼저 20%는 상환하고 나머지 80%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주는 제도인데, 연장된 금액에 대한 이자가 10%에 달해 지원책이 아닌 '고금리 대출장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또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계획' 발표에서 약 1조45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부채비율 400% 이하의 선사만 지원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한 해운업 관계자는 "부채비율 400%를 맞출 수 있다면 이미 위기가 아니다"라며 "다이어트 지원을 해준다면서 정상 체중이 된 후에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해운업 전문가도 "그간 정부에서 해운사에 무엇을 도와줬는지 모르겠다. 실질적인 지원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차라리 처음부터 시장 기능에 맡긴다고 했으면 아무 할 말이 없을텐데 크게 해준 것도 없으면서 읍참마속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법정관리는 기업이 결정할 사안인데 외부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걸 보면 정부 상층부에서 지시를 진행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국가경쟁력 위해 반드시 필요

전문가들은 글로벌 선사를 보유한 해운강국의 경우 해운업과 국적선사에 대한 인식이 국내와 크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가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은 물론, 국가 기간산업으로 그에 걸맞은 금융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산업적 측면을 떠나 유사시 전시 병력 및 군수품 등 전시물자 수송을 담당하는 등 제4군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원유, LNG, 철광석, 원자력 연료봉 등 에너지 물자는 100%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해운업은 한국 수출입화물의 99.7%인 8억8860만t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만큼 한국의 해운항만물류정책의 핵심은 동북아물류정책에 있고 그 중심에는 인천항, 부산항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국적선사 없이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는 불가능하다"며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이 얼라이언스에서 빠지면 외국 배들이 부산항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지금의 해운업 불황이 유사 이래 최악 상황으로, 선사만의 노력으로 될 건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는 이미 국가에서 실질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은 해운업계에 이자율 1%로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가능토록 하는 시스템을 만든 상태다. 독일은 국적선사 하팍로이드에 정부가 18억달러 지급보증을 서고 함부르크시에서 7억5000만유로의 현금을 지원했다.
덴마크는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에 수출신용기금 5억2000만달러를 지원했다. 프랑스는 세계 2위 국적선사 CMA-CGM에 채권은행을 통해 5억달러를 지원토록 한 데 이어 국부펀드를 통해 1억5000만달러를 지원했으며 2013년 금융권을 통해 향후 3년간 2억8000만유로를 더 지원키로 한 바 있다.
한 교수는 해운정책의 일관성 부족을 지적하며 "일본처럼 60년, 100년 가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해운 관료들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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