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풀리자 쇼핑 나선 이란....유럽서 항공기 대량 구매

      2016.01.25 15:17   수정 : 2016.01.25 15:17기사원문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이 항공기 대량 구매에 나서는 등 먹성을 드러내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오는 27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는 동안 에어버스 114대를 구매하는 계약에 서명할 계획이다. 수십년간 지속된 제재 탓에 노후한 항공기를 교체하지 못했던 이란과 대형 항공기 판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에어버스 양쪽 모두 입이 귀에 걸렸다.

압바스 아쿤디 이란 교통장관은 24일 테헤란에서 열린 항공 관련 컨퍼런스에서 "최근 수개월 동안 항공기 구매 협상을 벌여왔지만 은행 제재 때문에 구매 대금을 지불할 방법이 없었다"면서 "이르면 항공기 첫 공급분이 다음 달 인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 구입한 항공기는 모두 국영 이란항공에서 운항할 계획이지만 다른 기업이 항공기를 구매해도 정부가 지원하겠다"면서 추가 구매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FT는 로하니 대통령의 유럽 순방은 유럽과 이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경제 협력 재개를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두 국가의 화해에 따른 첫 수혜를 에어버스가 받게됐다고 평가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파리 순방 기간 중 구매를 확정하게 될 기종은 A320, A330과 A340 중고 모델, 최신형 모델인 A350 등이다.

아쿤디 장관은 앞서 23일 AFP와의 인터뷰에서도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계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란이 보유한 항공기 250기 가운데 150기만이 운항할 수 있어 노후 항공기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중장거리용 400대, 단거리용 100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를 구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잉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에 항공기를 파는 것은 매우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가능하다"면서 "아직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란 현지 언론들은 미국 재무부가 보잉사에 압력을 가해 항공기 판매를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스가르 파크리흐 카샨 교통부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보잉에서 100대이상의 항공기를 구입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언젠가는 보잉과 협상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WSJ는 "이란은 보잉사에게 금맥이 될 것"이라고 큰 기대를 표했다.

에어버스의 사례를 지켜본 다른 항공사들도 '큰 손' 이란과 관계 다지기에 나섰다. 당장 KLM과 에어프랑스, 브리티시에어웨이스가 테헤란 노선 재개를 두고 검토에 들어갔다. 또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 푸조와 르노 역시 이란 시장 복귀를 준비 중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이란은 거대한 시장"이라며 진출 의사를 밝혔고 푸조는 현지 회사와 합작 법인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FT는 로하니 대통령이 이번 유럽 순방 기간 중 이탈리아와도 170억 유로의 경제 협력을 체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적으로 이란의 경제 파트너였던 이탈리아는 에너지 업체 에니 등 자국 기업들의 이란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신문은 이란이 유럽 순방을 통해 이탈리아 유전 파이프라인 기업 사이펨과 50억유로 계약 체결을 비롯해 철강 업체 다니엘리, 건설, 조선회사와 인프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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