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세대, 그들의 좌절(중) 공무원시험 준비생 22만명시대

      2016.01.26 17:09   수정 : 2016.01.27 02:12기사원문
청년세대가 태어난 1980~1990년대 공무원 이미지는 '박봉'이었다. 당연히 청년들의 미래 직업에는 공무원보다 창업과 취업, 고시가 우선이었다. 그러나 청년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게 된 2000년대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난해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이 22만명을 돌파하며 청년의 미래 직업 1순위가 됐다.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으로 몰리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취업과 창업의 벽이 높아져 공무원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청년, '공시생'에서 미래를 찾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취업시험 준비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만 15~29세)은 총 63만3000명이었다. 전체 취업시험 준비 중인 청년 가운데 34.9%, 22만1000명이 일반직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일반기업체 취업 준비 청년은 12만명으로 전체의 18.9%에 그쳤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증감도 공시생은 19.5% 늘어난 데 비해 기업 취업준비생은 28.8% 감소했다.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는 2016년도 공개경쟁채용시험의 직급별 선발인원은 5370명이다. 공시생이 22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경쟁은 치열하다.

5급 행정고시를 3년째 준비 중인 허모씨(26.여)는 "어려운 취직환경에서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밑바닥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되고 퇴직 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기업에서는 마흔만 넘어도 명퇴를 걱정해야 하지만 공무원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인문대 출신 취업이 어렵다 보니 대학 입학부터 학교생활이나 수업은 멀리하고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사례가 허다하다.

대학에서 인문계열을 전공하고 최근 어렵게 5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김모씨(33)도 "요즘 문과생 취업이 어렵다. 공무원시험에라도 매달려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니까 어쩔 수 없어 (공무원을) 선택한다"며 "공부에 비해 대가가 많지 않구나 하고 느낄 때도 있지만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다는 안도가 크다"고 전했다.

취업에 성공해 직장인이 된 청년들도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중견기업을 다니며 9급 공무원시험을 공부하는 윤모씨(31.여)는 "직장에서는 여자로서 결혼하고 애 키우면서 회사에 남아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롤모델이 될 사람이 없다 보니 기업에서 미래를 찾기는 어려웠다"며 "공무원은 내 미래가 보이는 직업이라는 데서 매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창업.취업환경 악화가 원인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의 지난해 보고서 '청년층 노동력과 일자리 변화'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임금근로자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임금근로자의 일자리는 소폭 늘어난 반면 청년층 일자리는 3.7%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의 '상위 일자리'(임금 수준 1~10분위 가운데 8~10분위)는 2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취업을 원하지만 청년을 위한 일자리는 감소하고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취업시장이 얼어붙자 정부는 청년들의 창업을 독려하지만 청년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562만명 가운데 청년은 2.9%, 16만3000명으로 비교가능한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7년 이후 가장 적었다.
30대 자영업자도 2007년보다 35만9000명 감소한 75만3000명으로 가장 적었고, 전체 자영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8%대에서 13%대로 역대 최저치였다. 먹고살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어도 3년을 버티기 힘든 창업 여건 때문이다.


최근 어렵게 작은 식당을 차린 이모씨(36)는 "인천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결혼도 했지만 밥벌이기 되지 않아 그만두고 고향에서 창업했다"며 "3년이면 절반, 5년이면 10명 중 3명은 폐업한다고 하니 일단 3년 버티기를 목표로 정했지만 지금은 재료비 등 다 빼면 벌이는 월 100만원도 되지 않아 디자이너 때보다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coddy@fnnews.com 예병정 박나원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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