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화재사고 제조사가 배상
2016.01.27 18:24
수정 : 2016.01.27 18:24기사원문
■"화재 외부요인 없다면 제조사 책임"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모씨는 2014년 8월 거주중인 경기 수원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아파트 내부 72㎡와 가재도구 등이 불에 타는 손해를 입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재 당시 김씨가 사용하던 4인용 전기밥솥(2013년 5월 제조) 잔해 등의 감정물을 보냈다. 국과수는 '전기밥솥의 전원코드에서 단락흔이 식별됐으며 단락흔이 절연피복에 의한 것인지 화염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자 김씨는 "밥솥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원상복구 비용과 3000만원의 위자료 등 총 7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반면 업체 측은 "전기밥솥 전원코드의 절연피복이 눌림, 꺾임, 찍힘 등이 원인이 돼 화재가 날 수 있는만큼 제조상 결함이 아니다"고 맞섰다.
법원은 화재 원인이 밥솥의 결함이라고 직접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제조물과 관련해서는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 제조상 결함을 인정해온 기존 판례대로 리홈쿠첸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발화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화재의 외부요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전기밥솥 전선 부위에서 최초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눌림, 꺾임, 찍힘 등이 원인이 돼 전기제품 전원선의 절연피복이 손상될 수 있고 이 상태에서 절연파괴나 국부발열이 일어날 경우 단락흔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이런 사실만으로는 전원선의 단락흔이 원인이라고 인정하기가 부족하다"며 리홈쿠첸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씨가 화재로 보험사에게서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 2200여만원을 제외한 638만원을 리홈쿠첸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제조물 손해, 소비자 입증책임 완화
통상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손해를 주장하는 자(원고)가 상대방(피고)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 판례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분야에 한해 일반인이 결함이나 과실을 밝히기 어렵다고 보고 제조물의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에서 경험칙이나 사실상 추정 등을 통해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시키고 있다. 이번 사건과 같은 제조물 관련 분야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11년 대법원은 혈우병 치료제를 투여받고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에 감염됐다며 환자와 가족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치료제와 에이즈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의약품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일반인들이 의약품 결함이나 제약사 과실을 완벽하게 입증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며 "혈액 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지만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며 환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차량결함도 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없는 사고가 났다면 대체적으로 제조사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2012년 서울중앙지법은 운행 중 차량 화재로 내부 전소피해를 본 윤모씨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화재는 차량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