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연명치료 중단해도 인공호흡기 제외한 병원비 내야"
2016.01.28 18:24
수정 : 2016.01.28 18:24기사원문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김모 할머니(사망 당시 78세) 유족을 상대로 낸 진료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계약은 유효하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이에 따라 김 할머니의 유족들은 연명치료 중단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인공호흡 유지비용과 병실 사용료 등 모두 8643만원을 세브란스 병원 측에 지급해야 한다.
김 할머니는 2009년 대법원이 국내 최초로 내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판결의 당사자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다가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후 병원은 인공호흡기 등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를 했고 할머니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생명을 유지했다.
2008년 11월 김 할머니의 유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2009년 5월 21일 대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에도 자기호흡으로 200일 넘게 생존하다 2010년 1월 끝내 숨졌다. 할머니가 숨진 뒤 세브란스병원 측은 유족들을 상대로 미납진료비를 청구했지만 연명치료 중단 판결 후 발생한 진료비는 의료계약이 해지된 만큼 정당한 진료비라 볼 수 없다'며 유족들이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연명치료 중단 1심 판결이 송달된 2008년 12월4일 양측의 의료계약이 해지됐다고 보고 그때까지 발생한 병원비 475만1000원만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2심은 인공호흡기 계약이 해지된 것은 상고심 판결일이고 그 뒤에도 인공호흡기를 제외한 인공영양·수액 공급, 항생제 투여 등 연명에 필요한 다른 진료계약은 여전히 유효했다며 병원 측이 청구한 진료비 대부분을 인정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