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판단능력, 50대 때와 같아" 법정서 직접 주장(종합2보)
2016.02.03 18:19
수정 : 2016.02.03 18:19기사원문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94)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3일 본격화했다. 이날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 두 발로 걷는 등 건재를 과시한 신 총괄회장은 법정에서 직접 "50대 때와 지금과 판단능력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나올 법원 결정은 롯데 경영권 다툼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김성우 판사)은 이날 오후 4시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사건 첫 심문을 열었다. 성년후견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는 개인 사생활에 관련된 소송인 만큼 비공개로 심리를 진행했다. 당초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었던 신 총괄회장은 피신청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사건을 제기한 넷째 여동생(10남매 중 8번째) 신정숙씨(79)는 법원에는 왔지만 법정에는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시45분께 법원 주차장에 내린 신 총괄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이따금 동행인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향했다. 신 총괄회장은 법원에 온 이유와 동생이 소송을 낸 데 대한 생각, 건강상태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는 않았다. 50여분간의 심문이 끝난 후엔 휠체어를 타고 법원을 나섰다.
신씨의 법률대리인은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다. 신 총괄회장 쪽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의 법률자문인 법무법인 양헌이 법률대리를 맡았다.
신 총괄회장 측 김수창 변호사는 심문 후 취재진을 만나 "왕회장님은 '50대와 지금의 판단능력에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 '신정숙이 성년후견인 지정신청을 했는데 걔 판단능력에 문제 있는 거 아니냐'며 우스개처럼 말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며 법원으로 오는 차 안에서 '신씨 남편을 롯데에 데리고 있다 잘못이 있어서 파면시켰는데 그것 때문에 그러느냐'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신 총괄회장 측은 향후 공식적인 병원 신체감정 등을 통해 판단능력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계획이다.
반면 신씨 측 이현곤 변호사는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동일하나, 회장님 개인에 대한 어떤 부분을 (취재진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개인을 위해 좋은 일이 아니고 신청목적에도 반한다고 본다"면서 "법원의 감정에 의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 결과를 토대로 신 총괄회장의 기존 진료기록과 법원이 지정한 전문 감정인의 진단, 선순위 상속인인 배우자와 직계 자녀의 의견 등을 종합해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게 된다. 법조계는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5~6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그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